'믿거나 말거나'라는 외국프로그램에 한국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취재해 국내에서도 방영한 적이 있다.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놀라는 표정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웃을수 있겠으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흘러나올 때는 씁쓸한 감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입시라는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일단 대학만 가자'라는 논리는 대학에 입학한 후 다시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굴레를 쓰게된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등등에서 갈등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한국형 입시현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부작용은 학교눈 어는정도 맞춰놓고 학과를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점수에 맞춰 입학해 대학의 본래기능인 학업이수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일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학과에 적응을 하지 못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등의 심각한 수준의 경우도 있다.

극한 상황에서의 논리가 다소 비약적일 수도 있겠으나 전과 제도의 취지와 태동은 바로 이러한 점에 기초하고 있다.

입학전 자신이 알지 못했던 학문분야에 대한 지적욕구 또는 미처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 대한 사전지식의 부족으로 학과 선택을 후회하는 학생들도 전과에 대한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열린 교육체제가 출범한 이후 중앙대에서는 이러한 전과제도의 장점을 살려 올해 97년도부터 전과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존 지원자격 학점평균 3.30이상, 전과 해당학과의 여석산출에 근거하여 모집하던 제도를 없애고 현재는 학점평균 2.30이상 각 학과별 정원 20%∼10%범위내로 모집인원을 늘여 자격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전과시행요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상학과는 약대와 의대를 제외한 모든 학과(체육교육과 인문계 포함)로 지원자격은 2학기 이상을 이수한 자이며 등록학기 수가 4차 학기를 초과하지 않는지이다.

전과응시인원이 해당학과의 모집정원을 초과할 경우 영어시험을 통해 전과사정을 실시한다. 학업성적(1잭점), 영어시험(1백점)을 합산해 총점 2백점을 만점으로 사정하게 된다.

예체능계 학과의 경우 별도의 학과별 실기시험을 치루게 된다.

전과제도는 한 학생의 적을 옮기는 만큼 많은 제한 사항이 따른다. 현행교육법 및 학칙과 관련 및 개의 전과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데 △동일 캠퍼스내(중앙대의 경우 1캠퍼스와 2캠퍼스 전과불허)에서 전과허용 △야간학과에서 주간학과로의 전과 불허 △정원외 입학차, 편입학자, 재입학자, 특기입학자 불허 △재학기간 중 1회 전과허용 등이 그것이다.

지난 4일 교무처(처장: 노영기, 정경대 경제학과 교수)에서 발표한 98학년도 전과시행요강을 살펴보면 작년과 비교, 소폭의 변동사항이 있었다.

먼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대상학년을 98학년도 2학년(현재 1학년)으로 제한하고 전학과 공히 정원의 20%내에서 모집하던 것을 학과별 정원 50명을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는 학과는 10%, 미달학과는 20%로 규정했다. 또한 별도의 실험과 실습을 요하는 학과는 10%를 선발함을 원칙으로 했다.

학교측에서는 복수전공, 편입등에 따라 이동상황이 빈번해 정상적인 학업수행을 위해 감안한 인원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시행되는 98학년도 전과전형원서교부 및 접수는 내년도 1월 12일부터 21일까지 각 단과대학 교학과와 1,2캠퍼스 학적과에서 받는다.

그러나 전과제도에 대한 문제점이나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작년 처음으로 실시된 전과시행 결과만 보더라도 아직 과도기체제에 시행되는 불안정한 면도 있다.

먼저 기자재와 실습실등 시설 및 공간부족, 인기학과 편중현상 심화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학과간의 면접 적부 심사에 있어서 기준의 모호성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령 올해 전과전형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공대 건축학과의 경우 12명 모집에 12명이 지원 1대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음에도 7명이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편입학생, 부전공 및 복수전공생 등을 합치면 그 수효가 넘쳐 정상적인 학사운영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교수와 학생간의 1대1지도 방식을 요하는 수업에서는 더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학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접시 학생들의 성적을 고려하면서도 전과이전의 학과에서 건축학과 개설과목을 들었던 학생 또 그 해당과목의 성적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전과제도가 다른 집단에서 볼 수 없는 대학이라는 특정공간에서, 그리고 교육소비자라는 입장을 배려한 제도라 할지라도 그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을 살리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물이 고이고 썩게 마련이다. 적성에 맞는 자신의 학과를 버리고 소위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기학과'로의 편승 또는 기회주의적인 선택은 인생과 삶에 있어 스스로의 커트라인을 낮추는 결과일 것이다.

<정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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