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으로 대표되는 학생운동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8년 학생회를 이끌어갈 총학생회선거가 각 대학별로 치러지고 있다. 서울대에서 6개의 선본이, 성균관대에서는 3개의 선본이 출마하는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2명이상의 경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연세대 통일 대축전과 올해 초 한총련 출범식을 경과한 학생운동 진영에서는 학생운동의 혁신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어 이번 선거 역시 각 정파간의 다양한 입장차이가 명확히 제기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학내 복지나 학생회의 민주적 운영 등의 문제 역시 중요한 선거관심사로, 각 후보들은 학생들의 학생에 대한 외면을 극복할 수 있는 대중적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지난해 연세대 총학생회 선거에 드러났듯이 많은 학생들이 학생운동에 눈을 돌리는 현 상황을 배경으로 비운동권 후보들도 그 세력을 넓힐 것으로 보여 중심적으로는 '운동권`대 '비운동권`의 대립구도가 짙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대의 경우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비운동권 선본이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고 연세대는 2개의 비운동권 선본이 출마할 예정이어서 이러한 대립구도는 곧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일 서울대에서는 `98 총학생회 선거 공동후보단 기자 회견이 열려 17개 대학 공동 후보들이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부산대 ,대전산업대 등 5개 학교의 후보결의자가 참가하여 '더 이상 한총련 사수의 논리는 공허할 뿐이라며 '한국 학생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한총련이 아닌 '제3의 길`에서 찾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서울대 오준호 후보는 '자주성을 상실한 친북논리의 한총련 역사와 단절하고 투쟁하는 학생운동의 형성으로 제3의 길을 가는 자신들의 출발점이라 규정하고 학생운동의 새로운 위상정립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 환경, 성문제 등 억압받고 있는 다양한 삶의 영역에 있어서 부문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아직 이들이 말하는 '제3의 길`에 대한 명확한 상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시기에 어떤 질서를 말한다면 그것이 지금의 한총련과 같은 새로운 억압체제로 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다음에 있을 연대의 기초준비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이런 입장표명이 선거에 학생운동 제 정파간의 논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될 학생운동의 혁신 논의는 한총련 내에서는 혁신할 것인가 새로운 연대질서를 만들어 갈 것인가 새로운 연대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인가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한총련 주류는 NL(민족민주)계열의 자주적 학생회와 사람사랑 학생회의 주장이 전자이고 전국학생연대의 입장이 후자로 대변된다. 이외에 대장정 학생연합과 21세기 진보 학생연합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곧 이러한 선거 논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기 총학생회 선거는 다음시기 전체 학생운동의 방향. 어쩌면 학생운동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학생운동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운동진영은 이번 선거 이후 비운동권의 학생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 속에서 조심스럽게 학생운동의 부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학내 대중사업으로 학생회의 방향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잇느냐 하는 문제는 학생운동 진영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전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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