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사에서는 '하위문화의 방향 그 한계를 넘어서'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에서는 기존에 지녔던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정신이 거세되고 있는 하위문화의 문제점을 장르별로 지적한다. 아울러 산적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청소년 문화는 과연 존재하는가. 청소년문화는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년은 누구이고 또 청소년기는 어떤 시기인지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청소년과 청소년기는 모두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단지 역사 속에서 발견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청소년기가 출현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근대(17세기경)에 이르러서야 청소년기가 나타난다. 또 현대에 와서야 청소년집단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확산되고 그들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에 대하여 조금씩 눈뜨기 시작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점차 발달하였던 심리학 중심의 청소년 연구들은 청소년기를 성인으로의 성장과정중의 과도기, 준비기로 파악했을 뿐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청소년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주로 '미숙한 문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한 잣대의 평가는 불필요

그리고 1960년대 들어와서 많은 사회학자들이 청소년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청소년 문화를 '비행문화'의 관점으로 접근·분석했으며 더 나가서 이것이 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과 연계되어 계급 및 계층의 갈등과 대립구조 속에서 계층별 비행하위 문화의 탐색이 활발히 전개된 것이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운동등 사회 저항적 문화양상과 기성문화나 가치관을 거부하고 젊은이들만의 독특한 이념과 생활양식을 형성하려 하였던 상징적 저항문화 양상에 초점을 둔 '대항문화' 혹은 '반문화'로서의 청소년 문화의 성격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사회변화에 따라 청소년문화도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고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고 몰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청소년 문화는 위에서 지적했던 '미숙문화', '하위문화', '비행문화', '대항문화'적 성격을 모두 부분적으로 함축하면서 한걸음 더 나가서 통합적이며 공통적 면모로서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이미지 및 문화적 의미의 창출을 통해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이 청소년기와 청소년 문화가 역사·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고정적인 기준으로 문화현상을 진단해서는 안될 것이며 문화와 문화를 형성해가는 청소년들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변화는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연결이 되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학생'일 뿐인가

오늘날 청소년의 문제와 비행을 조장하는 장본인중의 하나가 학교라는 지적이 자주 제기된다. 어떤이는 학교에서 오로지 공부라는 학습활동만 있을 뿐 실제 생활은 없고, 공부에 직업적으로 전념하는 학생신분이 있을 뿐 청소년이라는 인간의 정체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 학교는 '범생이(모범생)'들과 '날라리(노는 아이들)'로 양분된 채 범생이 그룹은 순응과 방관의 문화를 날라리 그룹은 탈선과 폭력의 문화를 형성해 가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요즘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학원폭력에 있어서 집단폭력에 가담하는 날라리 그룹과 옆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를 모른 채 방관하고 있는 범생이 그룹들의 모습을 통해서 두 그룹의 양면성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청소년 문화를 조성하고 이끌어 갈 문화 창조집단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주입식 입시교육에 따른 지나친 경쟁주의와 활발하고 다양한 청소년의 문화욕구를 억압하고 있는 권위주의적 학교풍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청소년들은 여가시간이 매우 적을 뿐만아니라 그나마 약간의 여가시간을 주로 TV시청에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청소년들에게는 여가시간이 없고 TV보는 시간만 있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 점은 외국청소년과 비교해 볼 때 잘 알 수있는데 우리 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우리 청소년들은 소극적이고 혼자의 활동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반자 인식, '열쇠'

이렇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여가생활이 지나치게 정적이고 수동적일 뿐만아니라 퇴폐향락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매우 빈곤한 여가문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놀이시설이나 문화공간도 매우 부족해서 노래방이나 비디오방 등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을 위해 만든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향이다.

우리보다 앞서 문화적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서구 몇몇 나라의 경험이나 미래변화를 예측하고 있는 관련 문헌들에 비추어 볼 때 청소년 문화의 개인주의화와 다원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새롭게 제기되는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의 양상은 이제 청소년기와 그 문화적 특성을 단일한 관점과 기준으로 표준화 시키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기를 새로운 삶을 시도해보는 시험집단으로 바라보고 성인과 주종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소년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존중해주고 억압으로 해방시키며 사회에 참여시켜 소속감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청소년을 이제 사회의 중요한 존재로 인정해 주고 또 대우해 주는 사회안으로 끌어들여서 사회에서 제몫의 목소리를 내고 기성세대 못지 않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청소년 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진 <문과대 청소년학과 교수>

*제1380호에서는 마지막으로 80년대 이후 고유문화를 상실한 채 점점 대중문화에 편승해 가는 '대학문화'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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