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 못 먹는 병신으로 살 자신이 없다.'

이 글은 고등학교 때부터 써클에서 또래와 어울려 술을 먹기 시작하여 졸업 후에는 건설현장에서 매일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알콜 중독자의 변명 섞인 수기의 일부이다. 또한 얼마전에는 대학 신입생환영식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못이겨 술신고식을 하다 어처구니없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문제는 술로 인해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손실이외에도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5조에 이른다고 한다.

술마시는 심리는 다양하다. 대화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사회성 음주는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불안을 경감시키기 위해 괴로운 무엇인가를 잊기 위해 등의 이유로 혼자 마시는 음주습관은 알콜중독자가 되기 쉽다.

의학적으로 알콜중독이란 술로 인해 개인 직장 가정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음 6가지 음주습관 중 3가지 이상을 보일 때 해당된다.

술을 마시려는 강력한 욕구나 강박감에 사로잡힌 경우,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술을 끊었을 때 손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며, 불안감으로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를 하는 소위 급단증상으로 인해 다시 술을 먹는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야 술마신 효과를 얻는 경우, 거의 모든 시간을 술마시는데 소비하는 경우, 간경화나 우울증 등의 술의 해로운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이다.

알콜 중독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은 결코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몰래 술병을 감추어 놓고 마신 후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잡아떼거나 자신이 취중에서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정하며.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한다.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소위'필름 끊긴다'는 얘기를 흔히 하는데 이 현상이 잦을 경우에는 거의 알콜중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알콜중독자들이 흔히 보이는 정신병리는 우울증이 흔히 동반되고 잠을 잘 못이룬다. 또한 의처증 증세를 포함한 타인에 대한 의심과 피해사고가 흔하며, 자제력 상실로 인한 공격적 파괴적 행동을 자신 및 남에게 보인다.

알콜중독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증요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인정하고 술을 끊어야겠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강력한 의지다. 혹자는 알콜중독을 심리적인 요인으로만 생각하여 마음만 다스린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믿음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미 술에 의해 변화된 신체와 정신을 정상적으로 바꾸어야할 치료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 전반적인 신체검사를 비롯하여 정신적인 치료인 개인상담.가족상담.약물치료.인지행동치료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영식 <중앙대 용산부속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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