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실시되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그동안 모든 선거정치의 지배적 축도로 작용해왔던 '지역이기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지 흥미롭다.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를 줄곧 왜곡시켜온 이문제의 표출 양태는 정치지형과 시민사회 변화양상을 보여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지난 30년간의 지역패권을 깨뜨리고 지역간 정권교체를 이룬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또한 지역구도에 편승한 결과라는 점에서 지역구도를 극복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다만 영남권의 구심력 해체로 인해 영호남의 긴장구도가 완화되면서 이전과 같은 전일적인 지역분할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보여진다. 이 가능성을 주체적 관점으로 포착할 때 시민사회운동은 지역주의 완화의 틈새를 대체할 '시민사회의 새로운 정치적 컨센서스'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거센 파도 넘어야

이번 선거로 지방자치는 민선2기 체제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민선 1기 지방자치는 분권화의 틀과 제도적 기초를 만들어 낸 지방자치의 형성과정이었다.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과 구조를 새로운 공간적 권력으로 바꾸어내는 과정에서 허다한 시행착오가 빚어졌으며, 만만치 않은 저항과 모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경직된 중앙권력을 대체한 것은 토착비리 권력이었으며, 주민의사의 수렵과 소통과정은 이해관계의 다툼장으로 변질되었다. 기반이 취약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근시안적 개발경쟁으로 지금도 심각한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여우를 내쫓으니 호랑이가 들어선 꼴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얼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앙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지방실정과 자율성에 근거한 행정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주민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례와 모범들도 나타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염두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는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민선2기 체제의 과제는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확대하여 지방자치의 정착·발전기를 열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의 제도화'는 가장 핵심적이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보여진다. 지난 몇년동안 지역의 시민사회는 환경, 보건, 복지, 교통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추진, 관철하는 운동과 생협, 환경운동 등 주민활동, 공동체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운동의 내용과 용역을 분화, 발전시켜왔다. 이제 이같은 활동은 지방자치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과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민선2기체제의 과제는 이같은 참여의 에네르기를 제도화 구조로 보장함으로써 더욱 촉진시키는 것에 있다.

민의 참여 확대돼야

현재 지방행정 및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와 구조는 대단히 제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정보의 범위와 언론의 협소함은 핵심적인 제약요인이다. 행정정보의 확대된 공개를 통한 투명서의 실현, 자의적 행정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의견수렴의 확대와 행정절차의 민주화, 행정에 대한 시민감시의 제도화, 주민발안을 통한 자치의제의 실정 등은 참여의 제도화를 위한 우선적이며 시급한 개선 과제들이다. 지방자치의 의사결정과정에 주민의 전면적 참여는 총체적인 위기와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는 국가 시스템의 개혁과 재구조화, 사회발전의 새로운 주체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IMF관리체제는 민의 합리적인 참여를 봉쇄한 국가주의 전략의 파국을 의미한다.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를 지탱해 왔던 지배 엘리트의 리더쉽은 총체적인 위기와 붕괴를 맞이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적인 재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무사안일과 무책임이 체결화된 관료체제는 더 이상의 국가 사회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위기극복은 'IMF관리체제를 얼마나 조기에 벗어나느냐'의 단기적인 해결책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의 발전전략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민의 지속적인 참여의 확대와 새로운 주체형성은 그 핵심 전제이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시민사회의 정치적 컨센서스도 이같은 전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박원석 <참여연대 연대사업부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