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1시 '철거민 고 박순덕·김준배 열사 폭력살인 규탄대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다.

무대는 트럭 2대를 이어 마련했으며 박순덕 열사의 상반신이 그려진 천막이 설치되었다. 비록 초라해 보이는 집회 무대였지만 기본 생존권인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깡패와 전투경찰의 강제철거 살인방화에 대항하다 숨진 박순덕 열사와 추석날 아침 안전장치조차 하지않고 들이닥친 경찰청 기동수사대 형사 24명과 대치하다 숨진 김준배 열사를 추모하고 무자비한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한 무대로서는 적격이었다.

이번 집회는 고 박순덕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연대의 공동주최와 전국연합의 후원으로 열렸으며 전국 노점상연합회, 전국 철거민 연합, 전농 3동철대위, 전국 철거민 연합, 한국 후꼬꾸 노동조합, 철대위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서울역을 지나치는 시민들, 또한 경기남부총련, 고려대, 광운대, 동덕여대, 광주대 학생들이 참가해 여느 집회와 달리 시민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집회가 되었다.

본 대회에 들어가기 전에 박순덕 열사를 죽음에 처하게 한 주동자들을 인형으로 빗대어 설명한 상황극과 '철의 노동자'의 노래 맞추어 마임이 있었다. 본대회의 사회는 비대위 집행 위원장이 맡았으며 국민의례와 전국 철거민 연합회 의장의 개회사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고대 정경대 학생회장은 "김준배 열사의 죽음은 김준배 한사람의 문제나 학생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밝은 세상을 위한 모든 사람의 일이다. 브레이크나 쉼없이 달려가는 김영삼 정권의 민생탄압, 공안탄압을 우리들이 제동을 걸어야한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광주대 비대위 위원장의 규탄사와 전국 노점상 위원회 위원장의 규탄사도 함께 있었다. 다음순서로 박순덕 열사 조시와 김준배 열사 일기가 낭독되었으며 투쟁결의문 발표가 있었다.

전국 노점상 위원회 유희수석 위원장은 "학생운동이 정부의 무자비한 공안 탄압 때문에 전의가 상실되고 위축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과감히 그러한 것을 떨쳐버리고 민족운동의 주체세력으로 마지막 한사람까지 함께하는 운동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전까지의 집회는 노동자 따로 학생따로 하는 운동이었지만 8차를 포함한 이번 규탄대회는 노동자, 철거민, 학생들이 함께하는 운동이었다. 민주운동이 이번 집회를 통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집회에 몽인 이들은 박순덕·김준배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폭력살인 책임자 처벌, 신한국국당 재집권을 위한 공안탄압분쇄, 강제 철거를 비롯한 노점단속과 정리해고제 도입저지 등 민족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 결의문 등을 외치며 명동까지 가두 행진을 가졌다.

전농 3동에서의 방화살인 철거로 철거민 故 박순덕 열사가 산화해 간지도 벌써 80여일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진실은 왜곡되고 있으며 방화살인 책임자 처벌요구는 묵살된 채 진실을 외치던 많은 철거민들이 구속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사회의 잘못된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치던 한 학생이 정부의 공안탄압과 살인검거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현재 살인검거 책임자들이 처벌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는 많은 민중들에게 온갖 억압과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명동까지 진출한 이들은 가두행진을 막는 전경과 대치하기도 했다. "더이상 역사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지속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집회는 끝이 났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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