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대화속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국내 재벌의 등급이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의 지난해 매출과 수익률 등을 성적순을 매겨 놓고 있어, 대졸자의 취업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지만 일부 신문들이 대학과 학과에 대해서도 매년 여러 잣대를 매기고 있다. 우리 학교가 여러 항목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간 자료를 보고 계속 추락하고 있는 우리학교의 위상에 실망하였지만 그런대로 타당한 조사였다고 생각된다.

최근 들어 우리 학교에서는 여러 갈등들이 표면으로 돌출되어 왔다. 의과대학에 몸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메디칼 센터의 건립지연으로 시작된 학내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의과대학은 1캠퍼스 소재 대학중 가장 나중에 설립되었고, 전 재단은 의과대학병원을 방배동에 세우려 하였지만 아파트로 변경하여, 필동 소재의 비좁은 병원과 84년부터 임대하고 있는 용산병원으로 파행적인 운영을 하였다. 또한 현 재단은 전 재단으로부터 우리학교를 인수할 당시 메디칼 캠퍼스의 설립을 인수조건의 하나로 약속하고 대외적으로 설립예정을 공표하였고 이러한 대학발전안을 보고 입학한 의과대학생은 지금 형편없는 시설과 규모의 우리 병원에서 벌써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를 배경으로 일어난 대학의 학내사태는 최소한의 교육과 수련요건을 갖추어 달라는 것이며, 또한 27년동안 실현되지 않는 공약에 대한 신뢰상실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이러한 학내사태가 우리학교의 위상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겠으나 정작 위상추락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해답이 나올 것 같다. 우리학교 외에도 서울시내 7개 대학교에 의과대학이 소재하고 있고 이 대학교들은 이로 인해 대학자체의 위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겠다. 타 대학교의 재단은 곳곳의 요지에 제2, 제3의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과감하고 계획적인 투자경영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으나 우리학교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을 보여왔는데 이는 미래에 관한 재단의 무계획, 투자 및 경영능력의 부재가 큰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혹자들은 대학병원의 경영이 적자를 면치 못하리라 우려하고 있고 이러한 우려로 인해 재단이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학교와 병원은, 능력을 검정받지 않은 재단의 대리자가 그 운영에 참여해 왔어도 훌륭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병원운영에 관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기획된 경영방안만 있으면 재단의 병원설립에 관한 과감한 투자는 우리 학교의 위상을 크게 향상시키리라 믿는다.

김경용 <의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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