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요사에서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80년대 이후를 꼽아보더라도 기껏해야 마그마, 동서남북, 무한궤도 정도(?). 그러나 87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요절했던 한 발라드 가수는 10년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 헌정앨범이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유재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키보드 연주자이자 가수 이문세, 조동진 등의 작곡자였던 그는 87년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했다. 물론 그가 진부하고 그다지 독창적이지 않은 감상적인 몇 개의 곡을 가진 평범한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요절했다는 이유로 과대포장되었다는 지적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이 사후 지금까지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인 대중들의 관심과 쟁쟁한 후배들이 헌정앨범의 주인공으로 그를 지목한 것은, 이번 앨범 첫 곡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의 가사처럼 '당신의 큰 그늘'을 실감케 한다.

유재하의 유작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의 가치는 시적일 것까지는 없지만 그리움, 사랑, 이별, 방황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느끼는 공통된 정서를 표현한 맑은 가사와 오케스트레이션의 적절한 사용으로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에 있는 것 같다. 이번 10주년 기념 추모앨범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는 프로듀서 김현철의 자랑처럼 원곡의 분위기에 충실하면서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후배 음악인들의 개성이 적절히 발휘되어 있다. 특히 당시 앨범에서 드럼과 베이스가 빈약했던 데 비해 상당히 짜임새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추모앨범에는 '지난날', '사랑하기 때문에' 등 그의 유작앨범에 수록된 전곡과 그가 동료가수들에게 작곡해 주었던 '비애', '그대와 영원히', 그리고 김현철, 유영석, 한동준, 신해철, 이소라, 김광진, 조규찬, 나원준, 여행스케치, 일기예보, 고찬용, 이적, 김동률, 정재형 등이 그를 그리며 만든 곡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유재하의 생전 동료였던 조동진, 조용필, 한영애, 이문세, 송홍섭,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빛과 소금의 박성식과 장기호 등이 공동으로 만든 나레이션 곡 '재하를 그리워하며'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유재하 음악제' 출신의 고찬용이 부르는 곡인 '우울한 편지'는 원곡이 피아노 반주에 플롯의 후주가 펼쳐지는 차분한 곡인데 비해 빠른 템포로 편곡되어 있어 수록곡들 중 원곡과 적잖은 차이를 보리고 있다. 또 몇몇 남자가수들이 불러 우리들에게 이미 친숙한 '그대와 영원히'를 여성가수 이소라가 부른 것도 이색적이다.

그런데 누가 들어도 훨씬 짜임새 있게 편곡된 추모 앨범보다도 그다지 가창력 있지 않고 오히려 어설픈 듯한 그의 힘없는 독백조의 노래가 담긴 옛날 유재하의 L.P판에 손이 더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송동환 <문과대 불어불문학과·2>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