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대표적 역기능 현상으로 불건전한 청소년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언론연구회 매체비평분과는 불건전한 청소년문화의 원인을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의 결합에서 찾는다. 이번호에 청소년과 미디어문화에 대한 중앙언론연구회의 입장을 실었다. 단 이글은 중대신문의 논조와 다룰 수 있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문화는 한 사회의 모든 총체적 의식행위의 외적인 표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화는 사회구성원 개개인들에게는 소중한 것인 동시에 한 사회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으로서의 기능까지도 수행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의 개념이 정보사회로의 이행단계를 통해 청소년 문화라는 하위영역에 이르면 그 정의는 사뭇 불분명해진다.

정보사회란 정보기술의 사회적 수용이 확산되어 가는 과정을 지칭한다. 즉 정보기술의 사회화를 상징하는 개념이 바로 정보사회인 것이다. 그리고 정보사회에 이르러 정보기술을 고도로 집적한 뉴미디어가 오늘날 우리의 대중문화체계 전방을 좌우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 또한 지나친 과언만은 아닐 것이다.

19997년 여름, 전국의 신문 지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며 많은 이들의 근심 어린 시선을 집중시켰던 '빨간 마후라' 사건이 바로 그 고도의 정보기술이 부른 정보사회의 대표적 역기능 현상은 아니었을까. 이미 기술결정론에 입각한 뉴미디어가 창출하고 있는 세계는 현란한 영상과 음향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지고 판단력마저 결여된 새로운 의사현실로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이것은 현대 문화평론가 닐 포스트만(Neil Postman)이 지적한 바 있는 '유아기의 상실'(Disappearance of Childhood)과 같이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이 성장단계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경험을 미디어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가파르게 뛰어넘는 시대에 도달했음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정보사회에 대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 모두가 경계하고, 또한 실천적 대안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주제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합류하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제반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PC통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은어·속어 등의 언어 폭력,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난무하는 음란물, 그리고 홈비디오의 저질폭력·음란장면과 같은 '유해 매체환경'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형적인 문화현상은 특히나 급진적인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뉴미디어의 등장과 더불어 세계경제가 자본의 상업적 성격 하에 재편성되고 있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크게 연유한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정보기술은 그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오락성이 내포되어야만 상품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자본의 상업적 논리와 맞물려 아직은 가치판단의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러한 내용물에 노출됨으로써 겪게 되는 현상은 성인의 그것과는 커다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차이점으로는 우선, '빨간 마후라'사건과 같이 청소년들의 미디어를 통한 대리경험이 성인의 그것에 비해 보다 손쉽게 행동으로 모방될 수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동에 사회규범적 판단의 기준이 결여될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고 하겠다. 둘째, 실제 현실과 의사현실에 대한 변별력을 크게 상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하는 수용자 대중과 미디어 사업자간의 묵시적 이해관계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에 비친 이 세상이 온통 자극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셋째, 뉴미디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청소년의 매체 접촉 가능서의 증대는 무엇보다도 사고능력의 단순화와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보다 PC통신과 같은 컴퓨터를 매개로 한 청소년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도식적이고 단면적인 판단력만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상호 대화를 통한 문화적 접촉보다는 익명서의 보장에 기반한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 속에서 우리의 청소년 문화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안점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문화를 단순히 계도하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러한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어른들의 눈을 통해 본 청소년 문화는 극히 퇴폐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청소년 문화를 고치려고 하는 행동보다는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먼저, 세대간의 문화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제시될 수 있는 대안은 매체교육이다. 매체교육이란 매체를 통한 교육과 매체 자체에 대한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서 특히 매체를 통한 교육은 여러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보사회로의 도약은 비단 청소년 문제만을 발생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단력의 미약함으로 인하여 유해 매체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는 정보사회가 가져올 번영과 풍요로움이 자칫 그 활용의 방향에 따라 극약이 될 수도, 또는 좋은 처방전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만 할 것이다.

윤경수 <신문학과 석사과정>

박제준 <신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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