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사는 '하위문화의 방황 그 한계를 넘어서'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에서는 기존에 지녔던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정신이 거세되고 있는 하위문화의 문제점을 장르별로 지적한다. 아울러 산적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여성운동이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운동"으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남성에 비해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노동권, 평등권, 생존권 등의 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성운동은 산업화 사회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며, 천부인권설에 입각한 만인평등사상과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여성해방의 이념을 실천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여성운동은 한국사회에서는 여성들도 근대적 교육을 받고 사회변화를 인식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면서부터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여성운동은 일제 식민지 체제 하에서는 당시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갈 새 시대의 역군이었던 신여성들의 주도로 자유연예, 자유결혼의 실천과 조혼, 축첩제의 반대, 여성의식 계몽과 문맹퇴치를 위한 여성교육운동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여성노동자, 해녀, 농민 등 당시 사회의 최저변에 있는 민중여성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였다. 즉 이 시기의 여성운동은 당시 식민지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하는 반문화(counterculture)의 성격을 갖는 것이었다.

광복 이후에는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한 상태에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 친목, 취미 등 여가 선용 행위를 하거나 독재정권 유지에 동원되거나 이용되는 등 이전 사회에서 보인 여성운동의 반문화적 성격을 버리고서 어용화된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외국자본에 의존하며 노동집약적 수출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국 자본주의가 외형적으로 발전되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개화되기 시작하여 1973년에는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를 결성하여 가부장제의 성격이 강한 가족법이 상위법인 헌법과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개되었으며 노동시장에서 자행되는 심각한 차별문제에 대해서 반발하는 여성노동운동 중심의 여성운동이 전개되었다.

여성운동, 대안문화로 거듭나

그 이후 여성운동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연계하면서 시회변혁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여성의 정치참여, 사회경제적 권익 및 지위 향상, 공해 추방 및 환경보호운동과 새로 쓰는 사랑, 결혼, 성의식 문제, 보다나은 학부모 교육 및 또 하나의 대안을 모색하는 여성문화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1980년대 이후에는 남녀평등을 위한 많은 법의 제정, 개정과 제도의 시행이 이루어져 어느 정도의 형식적 평등조건은 이루어졌으며, 그동안 이룬 형식적 평등조건을 일상생활의 의식과 행동에서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데 공감대가 이루어지면서, 여성운동은 이제 대중여성에 뿌리내리는 참다운 사회문화운동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여성운동은 여성문화운동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주류의 가부장제 문화와 충돌하면서 사회변동을 이루어내며, 소위 '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대서사(grand narrative)'룰 거부하면서 주류문화에 대한 하나의 대안문화로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삶에서도 일상생활의 의미를 되찾도록 하며, 다양성, 개방성, 상호보완성을 중시하는 탈근대 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성' 재발견 시급

그러나 이러한 여성문화운동이 모든 계층을 통합하지 못하고 엘리트주의로 인한 또다른 소외를 낳은 측면도 있으며, 중산충 중심의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면서 상업화 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성문화운동에 대해 제언을 덧붙이자면, 먼저 미래 사회는 후기산업사회로서,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의식이 급속히 증대되며, 개인의 개성 및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사회이므로, 대서사 속에서 찾아내지 못한 일상생활의 의미를 되찾는 여성문화운동도 거기에 맞게 다양화되고 개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운동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의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 공감, 민감성, 이타주의 등 역사적으로 근대사회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성을 재발견해서 사회의 주류문화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원래 문화는 개인의 태도, 가치, 목표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 개인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가는 문화에 의해 결정되므로 전체 문화를 움직일 수 있는 대안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여성문화운동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 되어야 하며, 상업자본에 의해 상품구매로 대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지나친 엘리트주의나 상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여성운동이 여성문화운동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작업에서는 의미를 가지지만 아직도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이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측면도 많기 때문에 문화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측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미애 <가정대 가정관리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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