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한-일전에서의 승리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역전승의 짜릿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중앙대는 지금 한-일 축구에서 후반 20분께 일본에 선제골을 넣기까지 약 17여분의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지난 1학기부터 시작된 MC건립문제로 야기된 학내불안이 급기야는 전체 중앙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대학종합 평가 21위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다만 축구와 우리 대학의 현실이 다른 점은 축구팀이 감독 코치 등 지도부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제 몫을 충실히 한데 반해 중앙대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위기를 역전승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감독(재단)과 코치(대학당국)의 역할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감독과 코치가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적절한 선수교체 등 성공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는커녕 서로 손발이 안 맞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일선에서 뛰는 중앙대 선수들(교직원과 학생)은 감독과 코치의 작전지시도 무시한 채 끼리끼리 제멋대로다. 선제골을 내주어 패배의 위기를 초래한 일부 책임이 선수들 자신에게도 있는데도 반성과 다짐은커녕 감독과 코치의 무능만을 질책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먼저 재단은 재단에 대한 불신감을 해소시키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9회 중앙인의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8%가 MC착공에 대한 재단의 능력에 대해서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참으로 위기이다. 감독의 작전지시나 전략을 선수들이 전혀 믿지 않는다면 그 팀의 미래는 없는 것과 같다. 중앙대의 문제가 MC건립만이 아니다. 경제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원의 제약아래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 하는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면 극복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나 캠브리지 대학처럼 1대학 2재단의 형식으로 의과대학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대학본부도 발전전략을 효율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을 하려고 하면 결국 모두에게 불만을 주게 된다. 요새 유행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란 경쟁을 통해서 제일 잘한 기업과 잘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말한다. 잘하는 학과, 잘하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하는 불균형 발전전략을 취하라는 것이다. 힘을 집중시키는 차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교수들 자신도 '방관적 냉소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학 당국자에 의하면 무슨 개혁적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교수들이 자기들이 기득권을 1%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옳은 말인 것 같다.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의 기득권의 포기뿐 만 아니라 약간의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개혁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재단과 대학당국의 리더쉽이다.

지난 10월 6일자 중대신문의 독자의 소리란에 "날개 잃은 중앙대 위상"이라는 어느 졸업생의 글은 전체 중앙인 느끼는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글을 보고도 재단·본부·교직원들이 반성하지 않고 위기관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대학 구성원들의 협력과 분발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대식 <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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