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대통령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7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내고 대선행보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대선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언론단체 및 사회단체들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언론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TV토론회는 매년 선거시기마다 고비용저효율의 조직정치, 동원정치 등의 폐해와 정치적 무관심, 정치불신감 등의 의식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늘리고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커다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토론회방영에 대해 시민들은 적극적인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언론보도 객관성 확보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김무곤 교수(동국대 신문방송학과)는 "TV토론회는 후보의 정책이 아닌 이미지만을 보게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부동층의 정치화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역할의 수행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선에 있어서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형식으로 나타나지만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보도의 공정성 측면이다. 특히 신문보도에 있어서 '특정후보밀기'는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발족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공동대표:김태진, 민주언론운동협의회장)에서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존언론들의 여전히 집권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군소후보의 외면이다. '원조보수'를 앞다투어 외치는 후보들 사이에서 진보정당 건설을 주장하며 국민후보임을 자처하는 권영길후보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 현재 언론의 대선보도 양태이다. 각종 사회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이념이나 정책이 비슷비슷한 후보들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준 것 못지않게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정당한 보도를 해주는 일도 언론의 큰 역할 중에 하나'라며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의 객관성은 여론조사로 인해 미화되고 꾸며진다. 이미 방송에서 후보들의 토론회가 진행된 이후 수많은 여론조사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들은 후보자뿐 만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미묘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여론조사의 이러한 속성이 언론을 강화하며 한편으로는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의 방식이 많은 변화의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사간 차별화를 통해 경쟁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조성겸 교수(충남대 신문방송학과)는 "여론조사는 반드시 표본의 추출에서 확률표집의 방법을 사용해야하며 이를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여론조사의 효과인 승자편승효과와 약자효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여론조사를 보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거나 약자의 편을 들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조교수는 이러한 효과들은 일반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에 조사방법과 절차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언론제도가 스스로 막강한 권력자로 부상했다'는 하버마스의 말처럼 현실에서의 언론은 막강한 힘과 권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관심은 곧 유권자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각 후보자들의 정책대결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언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의 합종연횡에만 주목하고 계파싸움, 인신공격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 언론은 차라리 정치평가를 자제하고 사실보도에 충실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여론 수렴과 형성이라는 거대한 힘을 본연의 역할에 맞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전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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