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가을 햇볕을 받으며 누런 잔디밭을 가로질로 국립묘지 안에 있는 호국지장사를 찾아 가는 길은 먼 듯 하면서도 가까웠다. 국립묘지 외곽쪽의 긴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비포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절 앞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가 지장사로 구나'라고 순간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넸다. 동그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그는 이 절의 작은 스님으로 불리우는 도형스님이셨다. "반갑습니다. " 도형스님의 자연스레 건네는 말 한마디에 절 안을 함께 두루 살펴보기로 했다. 도형스님은 "이 절은 6·25 동란 후 국립묘지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호국충령들에게 기도드리는 국가의 사찰로 지정되었다"며 유래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 절에는 호국청년들의 영령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이 절에서는 지장보살의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고자 그분의 영정을 모시고 있고 그분의 이름을 따 절의 명칭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도형스님의 얘기를 듣고 나서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여래부처가 있었다.

"저 불상에 대한 전설이 하나 있지"라고 말하는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부터 한 1백여년전쯤 이 국립묘지 터가 있는 마을에서 살던 어부가 꿈에 한강가에서 어떤 부처가 빛을 보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꿈을 세 번씩이나 꿔서 꿈에 본 그 지점을 찾아가 보았더니 쇠로 만든 녹슨 부처상이 있었는데, 어부는 그 녹슨 부처를 이상하게 여기고 가까운 절(지장사)에 모셔드린 이후 집안이 화목해지고 재난이 없어지고 고기도 많이 잡혀 집안이 번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절에 모셔다 놓은 그 불상이 신비로운 효험을 발한다는 소문이 퍼져 많은 신도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스님과 얘기를 하는 동안 극락전에 발길이 닿아 있었다. 극락전 안을 살펴보니 8명의 위패와 사진들이 뒤에 놓여져 있었다. 영문을 물어보니 이번 괌 추락 사고로 일가족이 모두 사망하여 그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모셔놓았다 한다. 스님과 함께 그들을 위해 절 가운데에 자리해 있는 천신불 부처에게 기도를 드렸다.

국립묘지에 남편을 , 아버지를, 남편을 묻고 그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호국지장 사내에 있는 천신불 부처에게 기도를 드리는 이가 많았다.

지장보살의 중생을 위한 마음이, 아늑하게 자리잡은 이 절 주위를 감싸돌고 있는 느낌이다.

가을 빛 하늘아래 은은히 들려오는 스님의 목탁소리는 묘지내에 안장된 호국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듯 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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