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변혁가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대학의 기반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학문화가 상업문화로 전락해 가는 시점에 대학가 점검과 방향제시를 고민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우리나라와 외국의 대학가 비교
2. 대학·지역문화 방향 제시
3. 앞으로의 대학가 구상 계획

대학가 즉 대학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campus town)은 대학생들의 주거와 여가를 떠맡고 있는 학외 캠퍼스이며 더 큰 의미로는 학업을 제외한 대학생들의 모든 생활과 활동이 진행되는 곳으로서 진정한 캠퍼스 생활의 구가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대학교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의 대학가는 캠퍼스 타운이란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이 있다. 때문에 학교건물 주변에 담을 쳐 놓거나 커다란 정문을 세워 놓는 자폐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열려 있는 터로서 대학교는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 치중해 있고, 대도시에 있을 경우에도 따로 촌을 형성하고 있어 대도시의 혼란스러움과 단절되어 있다. 이점에서 대학교란 글자 그대로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수십개의 종합대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과 같은 도시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교내공간만이 대학의 유일한 캠퍼스이며 담너머의 공간은 대학의 소관 밖이라는 우리의 편협된 통념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우리의 대학들은 철옹성 같은 담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을 좌시하고 있다. 그것은 구조적인 면에서 대학 바깥 세상과 담을 쌓고 살겠다는 굳은 의지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예를 든다면 건물 주변에 높다란 콘크리트 혹은 벽돌담을 쳐놓은 곳은 형무소 밖에 없다.

넓은 차원에서 대학교가 설립될 때는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국가가 개입을 하여 미래의 대학생들이 진정으로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개념을 불어넣어 주고 그러한 공간을 확보해 주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에 도깨비집 짓듯이 대학교 건물이 생겨났고 그 주위로 혼란스럽게 상가들이 들어섰다. 덕분에 대학인들의 삶에 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적인 삶은 요원해졌다. 대학인들의 생활반경은 호연지기를 키우기보다는 그저 양계장식 공간에 만족해야 했다. 그것이 무계획에서 비롯된 우리 대학가의 현실이다.

대학가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간을 말하며, 훌륭한 캠퍼스 타운이란 대학교와 주변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에서 이런 조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토지의 사유화 개념이 유난히 강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기 얼굴 화장하고 몸치장하는데는 무척이나 신경 쓰면서 사회 공공시설의 치장이나 아름다운 환경에는 무관심한 이기적 개인주의의 발로이다. 그 결과 얻어진 대학가의 얼굴을 보라. 약 10만 명의 대학생들이 상주하는 신촌이야말로 세계 최대규모의 대학촌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에서 학생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다닥다닥 늘어선 가게에서 온갖 물건사기 아니면 커피 마시고 술마시기이다. 이제 신촌은 온갖 사람들이 시끌법석대는 물 좋은 유흥가로 알려져 있다. 학생수에 걸맞게 우리나라 청년문화를 치열하게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모범적인 대학가로서의 가능성은 이미 내팽개쳐져 있다. 하지만 대학과 호흡할 있는 싸구려가 아닌 제대로 된, 지성인 집단에 걸맞는 '하드웨어'가 계획에 의거 조화롭게 세워져야 할 것이다. 상흔이 우선하지 않고 교육 환경을 존경하는 정신이 우선되는 정신으로 대학가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진정으로 교육을 존중하고 대학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에 대한 대가는 틀림없이 사회로 환원될 것이다.

김근식 <외대 노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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