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조금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백창호(산업대 식품공학과·3)군이 처음 한 말이다. 올해 16회를 맞는 식품전시회의 홍보부장직을 맡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이 이유라는 그의 답변이다. 전화 수화기를 두 개씩이나 들고 통화를 하며 서류뭉치를 들고 왔다갔다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백창호군이 맡은 홍보부장이라는 자리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란 말을 실감하게 해준다.

식품전시회를 단순한 학과행사로 인식하는 학우들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백군은 애교섞인 불만으로 인터뷰의 머리를 장식한다.

금번 식품전시회는 얼마큼 성황을 이루는가에 따라 작게는 학과, 크게는 학교홍보까지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도 학우들과 학교측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전시회 준비기간이나 행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을 말하기 위해 그는 우선 담배를 물고 연신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전시회의 협찬을 얻어내기 위해 하루에도 여덟 번 이상씩 서울을 왔다갔다해야 했습니다. 강의는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펑크를 내야 했지요. 그런데 막상 협찬을 약속한 회사에 갔을 대 워낙 불경기라 협찬을 못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땐 정말 코끝이 찡해지더라구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담배연기를 깊게 뿜어내는 그의 모습은 남들이 쉽게 알 수 없는 힘든 작업이었다는 것을. 그러면서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학과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무언의 호소로 다가온다.

지금껏 학과일에는 뒷짐을 지고 있던 그이지만 금번 행사에 만사를 제쳐두고 임하는 이유는 자신이 졸업을 하고 나며 중앙대 식공인이 자신의 뿌리가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는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자신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얘기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다. "남들은 졸업을 하면 무얼 하겠다 말들을 많이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거든요. 회사에 취직을 해서 먹고 살 수 만 있다면 그것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꿈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겠지요."

겸손하게 말을 끝마치고 다시 자신의 맡은 일을 하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은 평범한 삶이 꿈이라고 말하는 백창호군의 소박한 포부가 단순히 쉽게 이룰 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소박한 꿈을 위해 노력하는 그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그처럼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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