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람은 남한인의 안경으로 북한을 봅니다. 그러나 북한에 인권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황장엽이 북한을 봉건사회라고 말한 것은 어찌 보면 좋게 봐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현대사회의 틀로 분석될 우 없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탈북자이자 민족발전연구원(원장:김민하,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하 민발연)의 연구의원으로 초빙돼 활동하고 있는 김수행씨, 북한의 인권문제에 재해 북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는 나아가 북한의 인권문제가 남한의 인권문제와 동일시되는 것에 대해 큰 불쾌감을 피력하는데, 북한의 인권상황은 남한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남한의 비전향 장기수 문제와 북한의 인권문제는 전혀 비슷한 논제가 아니라는 것인데, 그에 따르면 이 둘은 같은 인권문제이기는 하지만 인권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영역의 차이로 인해 같은 것으로 취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수행씨는 남한과 북한의 근대화 정도를 놓고 볼 때 북한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는데, 즉 인권의 말뜻을 이루는 '사람'이라는 개념이나 '권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증언이다. 따라서 남북간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권문제에 다가가는 데 있어 우리의 인권개념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논하려 할 때 현실은 김수행씨가 설명한 것보다 더 냉정한 듯 싶다. 이날 민발연 토론회의 참석자들 대부분은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 시키려 할 때 남한사회 안팎에서 반대여론에 밀려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다며 난색을 표했다.

조선일보의 김용삼 기자도 자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베리아 벌목공동 북한인권문제를 밀착취재했을 당시, 한총련 학생들로부터 여론을 환기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우익반동파쇼'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며 북한인권상황 접근의 어려움을 말했다. 토론회 발표자였던 김병로 박사(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UN 등을 통해 제기하려 할 때, 자신들을 북한과의 정치적 갈등관계로 여기는 국제적 시각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남한사회 내부에서나 외부에서 북한인권을 거론하기 힘들다는 설명들이다.

다행히 북한 인권문제의 공론화 작업은 UN보다 NGO와 같은 국제인권단체를 창구로 삼아 국제적 압력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 이날 김병로 박사에 의해 언급되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엿보게 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대북한 인권문제를 접근한 때 단순히 남한의 현실을 외면하려는 우익세력이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문제가 되는데, 무엇보다 동포로서 보다 매려있게 북한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수행씨의 호소처럼 '나'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북한주민의 입장에서, 북한이라는 상황에서 인권문제에 다가서는 것이 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가진 분석의 틀이나 시각은 오로지 우리에게만 통할뿐이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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