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하위문화의 방화 그 한계를 넘어서] '세상은 한번쯤 뒤집혀야 한다' - 천박한 자본주의 벗어나야…대안을 고민하는 예술운동
  • 중대신문
  • 승인 199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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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신문사는 '하위문화의 방향 그 한계를 넘어서'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에서는 기존에 지녔던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정신이 거세되고 있는 하위문화의 문제점을 장르별로 지적한다. 아울러 산적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무엇이 우리의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하는가. 그런 무엇이 있다면 그것의 성장을 가로막고 파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즐겁고 풍요로운 삶의 형태, 그 문화는 어떤 것인가.

어떠한 사회이건 그 사회제도를 유지하는 주류질서가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질서는 다수의 의견을 방영한다는 미명 하에 대개는 소수의 지배집단에 의해 유지되고 운영된다. 특정 사회의 주류질서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내세워 각종 규범과 가치관을 제도화시키는데 역시 대개는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마련이고, 특히 독재체제에서는 극단적인 억압질서로 나타나 오히려 인간의 삶을 부정적인 형태로 해체하고 파괴한다.

저항정신과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주류지배질서나 가치관에 반하는 소수그룹들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어떠한 규정과 언급은 주류질서나 가치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문화 자체의 어떤 기준과 미학에 의해 창출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분단체제와 천박한 자본주의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에서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대단히 특수하게, 다시 말해서 다른 나라의 그것과 일정하게 차별화되어 이야기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서로가 존중되는 사회가 우리들을 조금은 더 즐겁고 풍요롭게 할 것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조차도 노무나 힘들어 보인다.

주류 속 먼저 침투해야

독립영화에 대한 재개념화 작업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즉 영화에 대한 어떠한 고정관념도 우선적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기존의 이론과 미학들에 얽매이게 되면 영화는 원래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이는 영화를 운동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영화는 인류의 영상문화가 변화하고 반전하는 과정의 어느 하나이지 결코 그 자체가 절대적인 요구를 갖고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은 위험스러운 태도일 수도 있지만 독립영화 본연의 정신을 생각해 보자. 자본과 권력 그리고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의 독립이 그것 아닌가. 특히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모든 것이 자본주의 상품으로 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한다. 한국의 독립영화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좀더 정확히 말해서 자기 자본의 형성일 수 있다. 자기 자본에 근거해야 자본의 논리로부터 우선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고, 이는 독립영화의 영화적 상상력과 실험을 부추겨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독립영화는 다른 어떤 나라처럼 메이저 스튜디오의 보완영역이나 협조체제 혹은 독립 자본 형성의 개념으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니라 민중운동의 한 과정으로 형성되어 최근에 들어서는 가지 표현의 한 예술형식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과정들은 '80년대에서 90년대로'에 대한 이야기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독립영화에 때한 재개념화 작업은 운동으로서의 원칙에 관한 문제와 감수성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독립영화는 대안문화를 향한 예술운동이며 이는 곧 사회 운동이다. 문화가 곧바로 정치와 연결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리고 하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낳은 갖가지 비인간화 현상, 분단으로 인한 사상적 편견,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체제로 인해 다양성이 배제된 채 비정상적으로 형성되어온 문화풍토, 여기에 학연 지연 등 사회를 움직이고 만드는 불합리한 기준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드는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들은 제도내 개혁과 정권교체 차원에서 해결될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정치가 문화를 뒤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세상은 한번쯤 뒤집어져야 한다. 우리의 독립영화가 태어나고 자랄 곳은 이런 세상이다.

기존 자본의 힘에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의 독립적인 자본으로 제작되는 독립영화가 좀더 본격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은 닫힌 공간으로서의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주류 속으로 먼저 침투해 들어가 진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지금보다 좀더 늘어난 수천 혹은 수만의 아마추어(?) 개인 영화작가들이 저마다의 표현에 자유롭다면 독립영화는 소수의 언더그라운드로서가 아니라 대안문화로서의 가능성까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일탈 아닌 세련된 적용필요

이 전제는 철저히 언더그라운드 자체의 가치와 미덕으로 구축되어야 할텐데, 그것의 형성은 어떠한 개념과 규정에 맞춰지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창출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시해도 좋을 듯 싶다.

영화를 나누는 몇 가지 기준들이 그러한 것들일 수 있다. 몽타쥬를 통한 형식주의인가 그렇지 않은가, 멜리에스 영화인가,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인가, 피사체의 운동을 자동적으로 기록하는 라이브 액션 영화인가, 프레임 단위별 촬영을 통해 운동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인가,

영화는 움직이는 이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또한 영화는 이와 함께 하나의 독립적인 영상예술이고, 자기표현의 자유로운 한 방식이다. 표현은 인간의 고유하고 신성한 권리이며, 어떠한 힘과 논리로도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영상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은 한국 독립영화의 불완전한 발전과정의 한 단면이며, 다양성과 개성이 무시된 한국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독립영화는 원칙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원칙을 현실에 세련되게 적용시키는 감각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전승일 <독립영화 제작자, 한성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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