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개막된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이하 15전대)에서 강택민 주석은 중국이 1978년 말부터 시작한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21세기에도 지속·심화·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또 한번 초명적 발상의 전환이 시도된 이번 15전대는 개혁·개방 이후 그 동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인 자신들은 물론 중국의 역동성을 주시해온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들의 표현대로 등소평 동지가 제시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가 꽃피는 계기가 될 이번 15전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공산당 권력의 경제적 기반이면서도 그간 숱한 문제점들을 노정하면서 고도경제성장의 걸림돌로까지 인식되어온 국유기업의 개혁과 관련한 논의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지난 92년의 14전대를 기점으로 그 이전의 방권양리식개혁과 그 후의 기업제도 개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4전대 이전의 방권양리식 개혁은 국유기업에 대한 경영자율권 확대 및 이율유보 허용을 통해 국유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14전대 이후의 국유기업 개혁은 경영의 권리와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부와 기업을 분리하는 등 현대적인 기업제도 도입이 핵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1994년이래 현대기업 제도라는 이름 하에 일부 국유기업에 주식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간의 국유기업 개혁논의는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적 소유구조를 전제로 한 논의였을 뿐이고 사유재산제도의 혀용까지를 포함하는 개혁논의는 중국지도부의 이데올로기에 막혀 사실상 금기시 되어왔다.

국유기업 개혁 방향과 관련한 이번 전대의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유기업에 대한 주식제 도입 확대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주식제는 경영과 자본의 분리뿐 아니라 운용효율에도 유리한 것으로 자본주의도 이용할 수 있고, 사회주의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중국이 공유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나 사회주의 초급단계인 지금은 주식제를 포함한 다양한 소유제를 허용할 수 있다.

또한 국유기업 주식을 분양하되, 그 기업의 노동자들로 대상을 제한하여 일반인들을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1천개의 대형 국유기업을 제외한 여타 국유기업들은 사유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내부자 사유화(insider privatization)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둘째, 주식제 도입과 함께 국유기업 개혁의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산업 구조조정 문제이다. 이번 전대에서 강 주석은 자본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서 국유기업을 다국적 대기업 그룹으로 키워 나갈 것이며 나아가 국유기업의 합병과 임대, 위탁경영 등도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형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작업은 자동차를 필두로 가전, 해운 등 전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는 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그동안 사회주의체제에 길들어진 자국 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 국제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헤쳐나가기 위한 장기전략의 일환이자 국유기업 사유화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제개혁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사회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중국이 어떻게 최고 지도자의 공식 연설을 통해 주식제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87년 13전대에서 규정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을 재천명하고 있다.

둘째, 주식제 도입과 산업구조 조정 과정에서 야기될 실업증가 문제이다. 실제 국유기업 개혁으로 일자리을 잃게될 노동자는 2000년까지 약 1천5백여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강주석은 기업의 개혁심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발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실업사태는 일부 근로자에게 일시적인 곤란을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발전에 유리하고 노동자계층에 득이 된다고 강조함으로서 국유기업 개혁과정에서 빚어지는 실업문제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셋째, 그동안 사문화상태에 있던 상속세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은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개인재산의 축적과 상속도 무방하다는 것으로, 이는 사유재산제도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서 개혁·개방과정에서 확대·심화되고 있는 소득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등소평의 '선부론'이 다시 강조되었다. 선부론은 성실한 노동과 합법적인 경영으로 먼저 부유해지는 허용한다는 것으로 빈부의 격차가 나더라도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감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는 사회주의의 근간인 공유제의 정의를 확대해 국유기업개혁의 주방향인 주식제도도 공유제의 한 형태로 규정함으로써 보수파의 비판을 제어하고 자본주의 제도의 도입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논의된 주식제를 중심으로 한 소유제도 개혁방안도 어디까지나 유제 하에서는 단서 하에서 논의됨으로써 주국이 표방하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소유제도 개편은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사회주의를 떼어낼 때 가능할 것이며, 이는 정치체제개혁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종철 <사회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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