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21세기 역사속에 79년 중앙의 발자취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침체된 학교 위상속에서 맞이하는 개교79주년은 생일을 맞는 기쁨보다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현실이다.

교육시장의 개방과 함께 대학교육은 '경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의 위상은 학문의 심도 있는 탐구보다는 수치로 나타나는 실적이 우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의 논리 속에서 중앙대학의 모습은 단지 사회의 변화만을 탓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 한국의 대학들이 좁은 울타리에서 성장한 태생적인 한계 속에서 중앙대학은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천년대 중앙대학교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교육 개혁의 방향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의해 타 대학들과 차별성 없는 일률적인 선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대학의 특성화는 평가의 항목에만 그럴 듯 하게 제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과 투자가 없는 상태다.

대부분의 국내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종합대학'으로서 모든 학문분야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이상적인 목표는 버려야한다. 교육의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대학의 시설과 규모로 세계의 교육시장에서 종합대학으로서의 위치를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정분야를 집중 육성함으로서 일부학과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될 몫이다. 물론 학과의 자생적인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대학의 군살을 줄여야 한다. 대학의 조직 자체가 기업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다지만 지금의 대학의 조직은 방만한 게 사실이다. 타 대학과 비교해 교직원 수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에 인력이 적절하게 배치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대학 자체적으로 대학조직의 효율성을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업컨설팅 회사에 전문적인 대학경영평가를 의뢰해 대학 조직의 효율성을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내 자체적인 개혁이 힘들 때 외부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용하는 것도 학교 발전에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고려중인 발전기금의 모금을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중앙대학이란 거대한 조직을 개혁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학의 개혁은 전위부대를 필요로 한다. 개혁의 목표와 대상은 교육과 연구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대학개혁의 중심지표는 창조적 사고와 함께 대학본연의 연구기능을 활성화시키는데 있다. 교육과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학발전을 이끄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학문 연구업적이다. 학내 분위기의 변화는 '학풍'이 선두에서야 한다. 학풍을 만들어 가는 것의 핵심은 교수의 역할이다. 흔히들 '중앙대학은 교수천국이다'라는 말을 한다. 교수의 연구업적은 신임교원 채용과 재임용시 필요할 뿐, 연륜을 갖춘 교수들에게 연구보다는 사교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앙대의 학문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연구성과에 대한 확실한 지원체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 연구성과의 기준에 대한은 논란을 무시할 수 없지만, 처음의 시행착오를 각오하더라도 이 문제는 확실히 관철돼야 할 것이다. '연구하는 교수가 대접받는다'는 풍토의 조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학교당국이 주장하는 '연구 중심의 대학'과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방향과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학내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힌 소모적인 논쟁만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는 재단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확고한 육영의지를 재단이 보여줄 때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안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당국에 힘을 실어주지도 못했다는 기간의 지적을 고려해서라도 재단이 해야 하는 시급한 역할은 실질적인 대학운영 권한을 학교당국에게 보다 많이 조성해 주는 일이다.

<최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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