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었다. `잠들지 않는 남도'의 가사처럼 피에 젖은 유채꽃들에 서린
원혼들이 울고 있는 시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각지에서는 4.3에 관한
이야기들과 진상 규명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 학내에서도 4월3
일에 제주민중항쟁을 다룬 `레드헌트'를 상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4.3 항쟁에 관한 올바른 시각정립이나 그 정당성에 대한 충분히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4.3 항쟁은 대한민국 건국에 있어서의 부정성을 드러
내는 사건이다.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행정과 경찰 요직에 친일인사를 복귀시
키고, 항일 전통을 말살시키면서 만들어진 반쪽짜리 국가의 폭력적인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보였다고 할 수 있다. 10만에 이르는 엄청난 양민 학살을 행
하고도 그 사실은 철저하게 숨겨져 왔으며 오히려 4.3 항쟁을 공산당의 사주
를 받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규정해왔다. 87년을 기점으로 올바른 역사를 세
우기 위해 4.3 항쟁을 밝혀내려는 움직임이 계속 보이고 있지만, 그 사실을
숨겨왔던 당사자인 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국정교과서에 4.3항쟁에 대
한 올바른 기술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나 서준식씨의 `레드헌트'가 이적성 표
현물로 규정이 된 사건 역시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
기 보다는 단지 잘못을 숨기는 데만 급급한 것을 보여준다. 4.3 항쟁의 희생
자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기 위해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을
늘린다는 식의 행위가 아닌 올바른 역사를 밝힐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역사의 주인이 지배하는 자가 아닌 이 땅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승현, 정경대 정치외교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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