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아지똥은 
지렁이만도 못하고 
똥 강아지만도 못하고

그런데도 보니까 (중략)  
강아지똥 속에서  
민들레꽃이 피는구나

-<강아지똥>, 권정생 

『강아지똥』(권정생 씀). 민들레 싹이 꽃을 피우는 데 자신이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강아지똥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사진출처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

『몽실 언니』, 『강아지똥』 등의 명작을 남기며 한국 아동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권정생. 그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일제가 식민제국 건설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던 시절 조국의 비극을 겪었고, 6.25 전쟁 당시 끝없는 피난길을 걸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는 늘 낮았고 소박했다. 하지만 연필을 든 권정생의 손은 차갑거나 외롭지 않았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담은 그의 이야기는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기에 충분했다.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아 
  일직교회를 관리하는 사찰 집사로 일하던 시절, 가난은 늘 권정생을 따라다녔다. 매일 아침 보리쌀 두 홉(약 360mL)으로 밥을 지어 세 등분으로 나눈 후 매 끼니를 해결하고, 보리쌀이 떨어지면 밀가루 반죽에 고추장을 푼 고추장 떡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자신보다 슬픈 사연이 가득한 이웃과 가난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늘 기도했다. 그러던 권정생은 그의 눈을 사로잡는 한 광고를 본다.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현상 모집’. 그리스도교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 동화와 동시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자신이 썼던 동시 <강아지똥>이 떠올랐다.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 
  하지만 동시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무엇보다 교회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동화의 매력에 빠진 그였다. <강아지똥>을 동화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권정생은 마을 담장 아래에 있는 강아지똥과 민들레를 발견한다. 여기서 우리가 아는 『강아지똥』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에서도 나타나듯, 보잘것없고 흔한 개똥의 쓸모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돌이네 흰둥이가 눈 강아지똥도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더럽고 쓸모없는 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안 그래도 서러운데,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는 강아지똥에게 ‘똥 중에서 가장 더러운 개똥’이라며 놀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권정생의 이야기에서 강아지똥은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는 노랑 민들레를 피우기 위해 쓰인다. 자신의 쓸모를 깨달아 눈물을 흘리며 민들레 싹을 껴안고 기꺼이 빗물에 잘게 부서지는 것이다.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 
  『강아지똥』은 ‘똥 중에서 가장 더러운 개똥’이 절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달구지에서 떨어져 뒹구는 흙덩이도, 나무에서 떨어진 감나무 가랑잎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각자의 마음에 별빛을 품으며 그렇게 제 쓰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권정생, 그의 동화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깨달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지어지지도 않았다. 그는 동화로 자신 삶의 흔적을 남겼다. 그저 그의 인생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그대로 담겨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를 넌지시 알려줄 뿐이다.  

『엄마 까투리』(권정생 씀). 권정생의 마지막 그림책이다. 엄마 까투리는 큰 산불이라는 불가항력 속에서 자신을 희생해 아홉 마리의 새끼를 무사히 지킨다. 
사진출처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
『몽실 언니』(권정생 씀). 전쟁과 가난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돌보면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는 ‘몽실’의 이야기다.
사진출처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