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는 ‘용두사미’ 그 자체였다
  • 장민창 기자
  • 승인 2021.12.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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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좋지 않았던 개헌 논의

“국민은 개헌 구경꾼으로 전락해” 
국회와 정부 함께 개헌 논의해야

대한민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식는 형국을 반복해왔다. 왜 개헌 논의의 끝은 항상 지지부진했던 것일까? 개헌 논의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국민 동의가 필요해 
  우선 1987년 이후 34년간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봤다. 이에 관해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국민의 다양한 개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헌이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주의를 향해 높아진 국민의 욕구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들의 민주주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국민 참여 개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 의견을 처리할지 절차는 준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급히 개헌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두영 개헌국민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한계를 언급했다. 특히 국민이라는 주권자가 헌법 개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은 개헌 구경꾼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에서 개헌은 잘 될 수가 없어요. 그 과정에서 대의 정치를 담당하던 국회와 정당들이 기득권화됐죠. 현재 그들은 민의를 반영해 정치하는 게 아닙니다. 해당 문제점들이 개헌을 가로막고 있다고 봐요.” 

  1990년 3당 합당 이후, 정치권에서는 내각제 개헌 합의가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각서가 발견되며 큰 후폭풍을 맞이했다. 특히 2016년 10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기 직전 국회를 방문해 개헌 추진을 선언하기도 했다. 많은 이는 이를 정략적 행위로 규정하며 비판 의견을 표했다. 

  이에 이두영 위원장은 지대 추구 정치의 문제점을 말했다. “정략적 차원에서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는 잘못된 정치죠. 특히 국회 및 정당들은 국익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대를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 
장영수 교수는 ‘정치권에서의 개헌이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를 살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 합의한 개헌 내용을 국민들이 괜찮다고 바라본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제 개헌 논의의 모습을 보면 항상 물밑에서만 이야기되다가 정작 개헌안 발의까지 가지도 못했어요. 이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개헌은 애초에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맥락으로 개헌 문제의 흐름을 살펴야 해요.” 

  합의의 중요성 
  지난 개헌 논의 과정의 양상을 살펴보면, 국회나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개헌을 주도해 개헌안을 발의하고 이후 개헌 논의가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국회와 정부를 비롯한 중앙 정치에 개헌 논의의 무게 추가 쏠렸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중앙 정치에서 개헌 논의를 독점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정치권의 무능함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했던 정치권의 문제점이 훨씬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에서는 개헌 논의를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자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했죠.” 실제로 2017년 20대 국회에서는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설립된 후 2018년 1월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실질적인 개헌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영수 교수는 국회와 정부 따로 개헌을 논의했기에 개헌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두 기관이 함께 개헌한다면 국민을 설득하는 일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혹은 대통령을 통해 할 수 있어요. 특히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죠. 그러나 그만큼의 재적수를 마련하는 일은 여야 합의 없이 불가능합니다. 이를 돌아봤을 때 국회와 대통령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개헌을 밀어붙이긴 어렵죠.” 

  정말 개헌을 하고 싶다면 
  최근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지금 개헌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대선 후 개헌을 논의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여야 대선후보를 잇달아 만나 개헌 논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만약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자 한다면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정미 전 대표는 대선 이후에 국민 요구를 잘 수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은 승자독식 대결 구조만으로 정치가 바로 설 순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겁니다. 현재 국민들의 피로도는 임계점에 달했어요. 국민 요구를 잘 수렴하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두영 위원장은 국민적 논의의 중요성을 전했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시대정신과 미래 가치를 헌법에 담아 국가의 근본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정파와 이념, 지역의 벽을 넘어 국민이 다양한 개헌 논의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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