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헌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정렬 전 국무총리의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KTV
국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헌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정렬 전 국무총리의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KTV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1987년 10월 27일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국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모습. 사진제공 KTV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1987년 10월 27일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국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모습. 사진제공 KTV

 

지방 분권을 위한 개헌 필요해
기본권 개헌, 좁혀지지 않는 이견

「대한민국 헌법」은 법 위의 법이라고 불리는 한국 최고의 기본법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사회는 점차 다원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변화에 맞춘 헌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현재 사회를 아우르도록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지역균형 개발을 위한 헌법 
  2004년 행정수도 구축을 위해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이 존재한다며 해당 법안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행정수도 이전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위헌 판결을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행정수도는 세종’이라는 문구를 넣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김상겸 교수(동국대 법학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부당한 것이기에 개헌이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신행정수도법을 향한 관습헌법 판결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민법」 제1조처럼 근거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문헌법 국가에서 관습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선 안돼요. 해당 판결을 바로잡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헌이 필수적인 사안은 아닙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판결은 헌법소원을 통해 충분히 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를 헌법에 명시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분권 관련 조항을 헌법에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기우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사회적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방 분권을 강화하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마다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려면 헌법을 개정해 많은 결정권을 지방자치단체로 돌려줘야 해요.”

  홍준현 교수(공공인재학부)도 이에 동의했다. 특히 그는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제11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범위 안에서 자치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법률과 명령, 규칙 아래 한정적으로 사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죠. 또한 중앙정부와의 상하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변경해야 합니다.”

  기본권을 더 섬세하게 
  헌법 제2장은 국민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흐름에 맞게 해당 장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평등을 비롯해 노동권, 환경권 그리고 새롭게 부각된 국민의 여러 권리를 적절한 표현과 함께 조항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헌법 제36조에서 양성평등으로 표기된 부분을 성평등으로 바꿔야한다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성평등을 두 성별의 문제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보완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포괄적 개념인 성평등으로 개정하자는 취지였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해당 조항을 사회적 변화에 따라 성별에 관한 포괄적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만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죠.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게 성평등이라는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김상겸 교수는 현행 헌법에 있는 평등권 규정으로 성소수자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으며 시대 변화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헌법은 타 조항과의 유기적 해석을 통해 결정됩니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 언급된 평등권 규정은 넓은 범위의 성평등 내용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헌법은 추상적 규범이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용어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8년 출범한 국민헌법자문특위는 헌법에서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자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인간의 기본권은 국적 취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인정돼야 한다는 배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전학선 교수(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해당 변경이 자칫 혼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확장한다면 선거권과 같은 기본권까지 외국인에게 부여할 수 있어 문제입니다. 다만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관련해 모든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1세기의 신 기본권 
  안전권과 주거권 등 새롭게 부각된 기본권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전학선 교수는 수많은 기본권을 헌법에 담을 수 없다며 기존 헌법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기본권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이미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요. 새로운 기본권과 관련된 사안들은 해당 조항에서 충분히 도출할 수 있죠. 게다가 수백 개에 달하는 기본권을 모두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헌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에 따라 사회적으로 부각하는 인권은 다양합니다. 이를 보장할 수 있도록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헌법이 고정불변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환경권에 관한 개헌 논의도 있었다. 박태순 소장은 환경문제가 새로운 논제로 부각됨에 따라 헌법에서 환경권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헌법에서는 환경 보호에 관한 내용만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라는 개념은 자연이 대상화된 관점이에요. 생물과 자연, 미래 세대를 주체로 바라보는 내용을 명시해야 합니다.”

  개헌에 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추진하려다 보니 의견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더불어 개헌안을 향한 국민의 정서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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