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자세히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예술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민속 문학’ 앞에 멈췄습니다. 민중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민속 문학과 그중 한 갈래인 민담, 민담을 엮어 재구성·각색한 전래동화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창작동화까지. 민속 문학과 동화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럼 우리 함께 동화를 한번 파헤쳐 봅시다! 최수경 기자petitprince@cauon.net

모두의 삶이 담긴 민담은 
동화라는 세계를 만들고 
작은 어른은 그 세계 속에서 
더 큰 어른으로 성장하리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 민담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교훈을 주기도 한다. 민담에서 나온 전래동화는 아이들을 한층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 민담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교훈을 주기도 한다. 민담에서 나온 전래동화는 아이들을 한층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장화신은 고양이』. 제목만 들어도 어린 시절 우리가 떠오르는 듯하다.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로 가득할 것 같던 동화. 하지만 그 이전에는 사람들의 삶, 갈등 그리고 희망이 담긴 민담이 있었다. 모두를 위한 민담에서 아이를 위한 동화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을 따라 가보자. 

  옛날 옛적 어느 곳에 
  민속 문학은 민중 삶의 역사가 문학화된 결과물이다. 민속 문학의 한 갈래인 설화는 서사가 있는 일정한 구조의 허구 이야기인데 신화, 전설 그리고 민담으로 나뉜다. 민담은 사실이나 근거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력을 반영한 이야기다. 삶의 과정, 갈등, 소망 등이 반영됐고 그 향유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아울렀다.

  민담은 대개 출발, 입문, 모험, 귀환의 구조를 띤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공주를 구한 후 그녀와 결혼해 새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이수경 교수(건국대 동화·한국어문화학과)는 이 구조가 성인으로 가기 위한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모험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예요. 새로운 가정을 이끈다는 것은 부모에게서 독립했다는 점에서 아이가 성장했다는 의미죠. 신데렐라도 구박을 받고 혼자 일하면서 독립할 수 있었고 결국 성공하는 것처럼요.”

  또한 민담에는 왕자가 개구리로, 구렁이가 선비로, 우렁이가 각시로 변하는 등 변신 모티프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 변신 모티프가 있는 민담은 성별에 따른 당시의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에 따라 남자는 야수, 개구리, 뱀 등 크고 난폭하고 징그러운 동물로 표현했지만 여자는 우렁이, 잉어 등 순하고 작은 동물로 묘사했다.

  작은 어른을 위한 이야기 
  민담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래동화를 탄생시킨다. 노제운 교수(진주교대 국어교육과)는 계몽주의 이후 아동이 교육 대상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아동을 위한 이야기 자체가 없었어요. 그러다 17세기 중반 이후 아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고 계몽주의가 확산하면서 아동이 계몽의 대상이 됐죠. 당시에는 옛날이야기에서 폭력성 등만 빼면 교육용으로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등장한 것이 소위 말하는 전래동화입니다.”

  전래동화를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영어로 ‘페어리테일(fairy tale)’, 독일어로 ‘메르헨(Marchen)’, 프랑스어로 ‘콘트포퓰레(conte populaire)’다. 특히 페어리테일은 ‘요정 이야기’라는 의미로 요정, 난장이, 거인 등이 나와서 신비한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페어리(fairy)라는 의미가 초현실과 신비, 기적의 상징을 나타내는데 이는 동화라는 말에 담긴 신비롭고 비현실적이며 소원 성취적 의미를 잘 드러내기도 한다. 페어리테일은 요정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물, 종교, 우화, 경이로운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전래동화에 흔히 드러나는 구조는 등장인물이 거치는 성숙 과정이다. 이수경 교수는 부모에게서 독립할 때 인물이 성장한다고 이야기했다. “『개구리 왕자』에서 개구리가 공주에게 엉겨 붙는 모습은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공주가 그것을 거부하고 개구리를 던졌을 때 개구리는 독립함과 동시에 다시 왕자로 변신하게 되죠. 『미녀와 야수』에서도 막내 딸이 아빠와 애착 관계를 보이다가 야수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죠. 이후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자 막내 딸은 사랑을 깨우치고 야수는 왕자로 변하게 돼요. 이러한 장면은 부모에게서 독립한 자녀들이 비로소 성장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래동화의 또 다른 특징은 숫자 ‘3’이 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숲 속의 세 난쟁이』, 『세 명의 실 짓는 여인들』, 『아기 돼지 삼형제』 등 다양하다. 노제운 교수는 3이라는 숫자가 완전수이자 균형의 수라는 점에 주목했다. “3은 완전수로 여겨졌어요. 지구가 둥근 모습이라는 것을 모르던 원시 고대에는 3개의 다리가 땅을 지탱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정신분석학에서도 3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가정을 구성하는 최소의 수를 3으로 봤다고 하죠.”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 옆에서 일곱 난쟁이가 슬퍼하고 있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언어학자 그림형제가 민담을 엮어 만든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에 수록한 이야기다.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 옆에서 일곱 난쟁이가 슬퍼하고 있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언어학자 그림형제가 민담을 엮어 만든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에 수록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서구에서는 19세기 중엽 안데르센에 의해 본격적으로 창작동화가 쓰이기 시작했다. 전래동화가 수많은 사람을 거쳐 전해졌다면, 창작동화는 특정 작가의 작품세계가 반영됐다. 즉, 창작동화는 작가의 가치관과 문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 나라의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기도 해서 창작동화를 통해 각 나라의 가치관과 문화를 추측할 수도 있다.

  창작동화에는 부모의 양육 행동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자녀에게 헌신하는 부모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가시고기』(조창인 씀)에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 수술비를 마련하는 아버지가,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씀)에는 병상에 누워있으면서도 자녀의 입학식에 가지 못해 걱정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수경 교수는 한국 창작동화의 특성에 관해 모성애를 언급했다. “한국 창작동화는 효를 강조하는 전래동화와 달리 부모의 사랑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많아요. 아동의 개념이 생긴 후 가정에 관한 중요도가 올라갔죠. 모성애 개념이 형성되며 모성애를 강조하는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아이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동화. 하지만 동화가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경 교수는 옛이야기가 아이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해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신을 혼내는 엄마에게 미운 마음을 품기도 해요. 이를 옛이야기 속 못된 계모가 벌 받는 장면을 통해 대리만족하죠. 또한 이 세상에서 아이들은 약자거든요. 어른들에 맞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죠. 여기서 『잭과 콩나무』의 잭이 꾀를 써서 큰 거인을 이기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자신보다 큰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줘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름다운 동화의 원작은 생각보다 충격적이고 잔인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혼돈에서 아이들은 용기를 얻고 성숙한 어른이 돼 행복한 삶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도움주신 분: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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