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앞에 ‘남’은 없고 ‘우리’만 있을 뿐
  • 배효열 기자
  • 승인 2021.12.0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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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다. 벌써 13번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일상 앞에 다가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부근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황급히 입국 제한 조치를 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보아 유명무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1일부터 정부가 실시한 단계적 일상회복과 연말 특수를 노린 자영업자 및 여행업 종사자들은 또다시 어려움에 빠졌다. 2년여간 지속한 거리두기로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결국 인류가 운명 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소한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0%대에 이른다. 12억 인구가 사는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단 7%대에 그쳤다. 백신 접종이 취약한 환경일수록 코로나19 전파가 강해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세계는 이전부터 백신에 소외된 저소득 국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 가능함을 익히 알아 왔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의 백신 수급 문제를 외면해왔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또한 범지구적인 재난을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 부재에 따라 생겼다. 주요 20개국(G20) 보건 장관들이 모여 저소득 국가와 백신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로마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해 저소득 국가를 위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만드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대 제약사들 또한 백신 제조법을 독점하며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부족한 백신 수급을 견디다 못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더나 백신 복제에 나섰지만 모더나가 기술 제공을 거부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약사들의 재산권도 보장해야 하지만 전 인류의 재난 앞에 제약사와 선진국들의 보편적 인류애가 절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등장 이후 세계 정치 이슈였던 ‘자국 중심주의’라는 달콤한 말이 한 국가로서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순망치한’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하나가 위태로우면 관련된 다른 하나도 곧 위험에 직면하게 됨을 뜻한다. 지구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은 서로의 입술과 이를 이룬다. 코로나19는 기본적인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다. 세속적인 정치, 외교, 경제 관계에 얽혀있을 사안이 아니다. 

  존 레논은 노래 <Imagine>을 통해 국가들이 없다고 상상해보자 말한다. 국경을 넘어 모든 나라가 협력해야 할 재난 앞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우리가 뜻을 합쳐 모두 하나 돼 살아갈 날을 바란다. 반세기 전 발매된 노래 가사에 응답할 때다. 우리는 좋든 싫든 세계를 위한 마음이 ‘나’와 ‘국가’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배효열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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