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게 면죄부란 없다
  • 중대신문
  • 승인 2021.11.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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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침 제11·12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그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노태우씨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을 때였다. 전두환씨는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한 사람들을 향해 어떠한 사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전두환씨의 죽음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면죄부가 돼서도 안 된다. 이미 그는 역사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겼고 그 역사적 부담은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는 죽어서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부담을 후손들에게 남기고 무책임하게 떠났기 때문이다. 

  전두환씨에겐 40여 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 시간 동안 5.18 영령 및 자신의 정권으로 인해 희생됐던 이들을 향해 충분히 사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두환씨는 죽을 때까지 후안무치의 모습을 유지했다. 그렇게 40년을 사는 것도 큰 고역일 텐데 어찌 그 세월을 뻔뻔하게 버텼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특히 2003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18을 폭동으로 치부하고,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명예를 훼손한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재판 참석을 위해 2019년 3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짜증을 냈던 전두환씨의 모습은 5.18 유가족들과 광주시민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실망과 허탈함 그 이상을 선사했다. 

  그의 측근들도 끝까지 사죄는커녕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전두환씨 사망 직후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미 대통령께서는 유족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언제 사과를 했는지 물어보니 33년 전 전두환씨의 백담사 행 당시를 얘기했다.  

  과연 본인의 안위를 지키고자 백담사로 도망쳤을 때 말한 사과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봐도 되는 것일까. 전두환씨는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어도 모자라다. 이는 또 다른 책임회피와 면죄부 주기에 불과하다. 죽어서도 끝까지 유족을 향해 장난치는 모습에 큰 분노를 표한다. 

  특히 전두환씨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망언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위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비정상적인 역사관을 국민들에게 주장할 것인가.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하는 소리인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만약 그의 말처럼 광주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면, 그들은 군인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주장도 자신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전두환씨는 죽었지만 많은 갈등과 분열, 대립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이러한 역사 및 사회적 부담은 온전히 우리가 짊어지게 됐다. 그의 죽음을 기점으로 과오를 향한 반성 없는 사과가 되풀이되는 역사가 근절되길 바란다. 또한 죽음을 근거로 그의 과오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도 사라져야 한다. 그는 죽었지만 국민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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