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수어봉사 동아리 ‘손짓사랑’(서울캠 중앙동아리)과 해동검도 동아리 ‘해동검도’(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두 동아리에서 만난 학생들의 손짓과 몸짓에는 진심 어린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아리아리한 ‘손짓사랑’과 ‘해동검도’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정기모임에서 실시간 화상강의 플랫폼 줌(Zoom)으로 노래 수어를 배우는 장면이다. ‘잡아’를 수어로 나타내고 있다.
정기모임에서 실시간 화상강의 플랫폼 줌(Zoom)으로 노래 수어를 배우는 장면이다. ‘잡아’를 수어로 나타내고 있다.

 

아이유의 노래 '내 손을 잡아'를 수어로 표현했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내’ / ‘손을’ / ‘잡아’를 의미한다. 영상 캡처본영상제공 손짓사랑
아이유의 노래 '내 손을 잡아'를 수어로 표현했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내’ / ‘손을’ / ‘잡아’를 의미한다. 영상 캡처본영상제공 손짓사랑

농인과 수어, 농사회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편견에 맞서는 공간

언어를 배우는 일은 언제나 가슴 벅찹니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열리기 때문이죠. 이처럼 누구보다 열정적인 손짓으로 뜻을 전하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바로 ‘손짓사랑’입니다. 손짓사랑은 수어봉사 동아리입니다. 1987년에 창설된 이후로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현재 손짓사랑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사에 맞춰 동아리를 운영합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실시간 화상강의 플랫폼 줌(Zoom)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에 정기모임을 진행해왔죠. 정기모임에서는 간단한 지화부터 수어 단어, 문장, 노래 수어 등을 배웁니다. 그뿐만 아니라 줌을 통해 ‘심야소모임’을 하면서 동아리원간 친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방학에는 ‘방학 수어스터디’ 시간을 마련해 줌으로 다양한 주제의 수어를 공부하기도 했죠. 기자는 손짓사랑 동아리원이 돼 정기모임과 심야소모임에 참여해봤습니다. 정기모임에서는 줌을 이용해 노래 수어를 배웠고 심야소모임에서는 동아리원들과 온라인 게임을 했습니다. 

  손짓사랑의 진미(眞味), 정기모임
  
기자가 정기모임에서 수어로 배운 노래는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입니다. 정기모임 진행은 매주 운영진들이 번갈아 가며 맡습니다. 일요일 밤에 하는 운영진 회의에서 정기모임 때 배울 단어나 노래 등을 정하죠. 보통 가사에 영어가 없고 박자가 느린 발라드곡 위주로 골랐지만 요즘은 박자가 빠르고 신나는 노래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1주 동안 1절을, 다음 1주 동안 2절을 배워 총 2주간 <내 손을 잡아>로 수어를 익혔죠.

  노래 가사를 수어로 번역할 때는 각 단어를 일대일 치환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단어로 재구성합니다. 김영빈 손짓사랑 회장(경영학부 2)은 그 이유로 수어와 구어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수어의 어순과 단어는 동일한 문장의 구어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요. 표현 방법도 다르죠. 가령 청인에게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은 ‘정신이 아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농인은 이를 한 번에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따라서 ‘네 맘을 말해봐 // 딴청 피우지 말란 말이야’는 ‘너/ 마음/ 말하다 // 모르는 척하다/말다’ 형식의 수어로 바뀝니다. 

  기자는 수어를 처음 배웠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진행자가 수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섬세하게 알려줘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었죠. 수어를 어느 정도 배우면 0.75배속으로 튼 노래에 수어를 맞춰 봅니다. 초반에는 조금 어려워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1배속에도 맞춰 수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노래로 수어를 배우고 나니 왠지 모를 기분 좋은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났습니다. 새로 배운 언어로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죠. 비록 화면이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함께 노래 수어를 마치면 합창을 끝낸 것 같은 벅찬 감동이 울립니다. ‘재밌다’고 설명할 수도, ‘행복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따뜻한 느낌이 번집니다.

  김지윤 학생(독일어문학전공 2)은 언어가 배우고 싶어 손짓사랑에 가입했다고 말했습니다. “항상 보이는 언어를 궁금해했어요. 청각 언어와 시각 언어를 모두 배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죠.” 덧붙여 인상 깊었던 동아리 활동으로 노래 수어를 꼽았습니다. “노래 수어는 자칫 청능주의로 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외적으로 지양하고 있어요. 하지만 동아리원들과 수어를 배우고 기억에 남길 바라서 정기모임의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죠. 최근 디즈니 OST로 노래 수어 활동을 했는데 동아리원들이 유독 행복해 보였던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손짓사랑의 별미(別味), 심야소모임
  
심야소모임은 비대면 학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동아리원끼리 조금이나마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기획한 활동입니다. 동아리원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도 하는 시간이죠. 기자가 참여한 날에는 ‘갈틱폰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은 처음 사람이 그린 그림이나 문장을 보고 다른 참가자가 문장이나 그림을 유추해 이어나가는 형식입니다.

  즐겁게 게임을 하는 동안 많은 대화와 웃음이 오고 갔습니다. 워낙 화목한 분위기 덕에 동아리원들과 어색한 기자도 한데 어우러져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노는 환경에 금방 친근해질 수 있었습니다. 김지윤 학생은 동아리원간 친밀함의 비결이 각자 지닌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어 더 마음을 열 수 있는 것 같아요. 차별과 편견 없는 미래 말이죠.”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기자는 길어진 비대면 학사에 잊고 지냈던 유쾌한 활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새 부쩍 친해진 탓에 모임의 끝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기자는 동아리원들이 손짓사랑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지윤 학생은 손짓사랑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형언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손짓사랑을 설명하려고 온갖 아름다운 단어를 떠올려도 그것들보다 아름다워요. 아름답고 사랑하고, 생각하면 행복해요.” 손짓사랑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명한 방법으로 동아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도 진실한 마음 앞에서는 큰 벽이 되지 못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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