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스포츠 ‘찐팬’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간 야구장. 시험 전날에도 달려간 축구장. 야간 자율학습을 내팽개치고 간 배구장. 기자의 삶에는 스포츠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런 기자가 최근 스포츠와 거리두기를 선언했습니다.

  요즘 들어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동을 보인 선수들이 많았죠.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자로 김유성씨가 지명됐습니다. 키 189cm에 150km의 공을 던지는 이 선수. 알고 보니 중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학교폭력 가해자’였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프로 구단은 지명을 포기했습니다.

  불과 3년 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2018년 1차 지명자로 안우진씨를 선발했습니다. 이 선수 역시 고등학교 시절 후배 선수를 야구용품으로 폭행한 학교폭력 가해자였죠. 하지만 여전히 프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징계는 전지훈련 명단 제외와 50경기 출장 정지였습니다. 처벌로는 다소 약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징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앞선 사례와 유사하지만, 결말은 상반됐죠. 앞선 사례도 최악의 선례를 남긴 결과가 도돌이표 돼 돌아온 것 같습니다.

  최근 배구계도 학교폭력으로 쑥대밭이 됐죠. 배구선수 이재영씨와 이다영씨는 학창 시절 동료 선수에게 칼을 들이미는 등 동료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곧 사과문을 올렸지만 구단에서 작성한 내용을 받아적었다고 말해 진정성이 의심됐습니다. 최근 버젓이 그리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배구선수 박상하씨도 학교폭력 의혹이 발생하자 가해자임을 인정하며 은퇴를 선언했죠. 그러다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 나 아무런 징계 없이 배구판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건 이미 당사자도 인정한 사실이었죠.

  체육계에서 폭력이 답습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포츠맨십을 무시하면서까지 ‘성적 지상주의’에 물들었기 때문이죠.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배는 후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이 곪아 발생한 문제였죠.

  학교폭력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이들의 폭력으로 유니폼을 벗기도 했을 겁니다. 반대로 가해자는 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모순’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러한 스포츠계가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중에게 스포츠 스타들은 영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큰 파급력을 몰고 오죠. 스포츠 선수들도 엄연한 공인입니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스포츠맨십을 지키지 않은 선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이제는 엄중한 대응이 이뤄져야지 않을까요?

박환희 대학보도부장

박환희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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