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공작'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암흑속에만 묻혀있던 안기부의
추악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안기부의 `못된 습성'을 완전히 뜯어고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
음은 한결같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가지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비단 `북풍'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안기부가 저질러온 `조작사건'과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
명이다. 군사독재와 이른바 문민정부 시대에 희생된 민주열사의 수는 적어도
3백20여명에 달한다. 이중 15% 정도가 권위주의 정권과 안기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자살이나 사고사로 조작됐다. 지난 89년 거문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내창 열사, 96년 안기부 직원의 고문에 못이겨 분신을 기도했던 김형찬씨
사건 등 70년대 이후 은폐.조작 의혹이 짙은 의문의 죽음만 48명에 이른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자행된 안기부의 북풍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
동안 희생됐던 민주열사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며칠전
한겨레신문이 안기부에 의한 의혹사건에 대해 보도하고, 인권위원회.참여연
대.지식인연대 등 8개 단체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안기
부의 의혹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특히 중앙인에게 있어 이내
창열사의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그동안 하지
못해왔던 `죄'이기도 하다. 이미 추모사업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 추모제도
개최하고 있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새 정부의 상대적인 민주
적 성향을 감안한다면, 올해에는 사업의 초점이 사인 규명에 맞춰져야 할 것
이다. 어떻게 살해되었는지와 그에 대한 역사적 명예회복 문제를 보다 강도
높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예상보다 적은 양심수 석방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3.13 특별대사면처럼 새 정부의 구색맞추기식의 행위는 결국 민주주
의의 성숙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또한 조국의 민주와 통일을 위해 생명을 바친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명예
의회복 역시 현시기에 해야 할 과제이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정부이기
를 원한다면 `북풍'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이거니와 과거 정권에 의해 목숨
을 잃은 열사들에 대한 사인규명과 명예회복을 실시해야 한다.그동안 열사의
영정앞에 가슴답답한 울분을 삼켜야 했던 살아남은 `죄인'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음을 기억할 때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