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정치권에서는 모병제 도입이 잠깐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모병제 도입뿐만 아니라 ‘남녀공동복무제’, ‘남녀평등복무제’와 같이 남자와 여자 모두 군에 징집되는 제도의 도입도 함께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모병제 도입 논의가 또 다른 젠더 문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입에 발린 소리 아닌가요?” 
  학생들도 모병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치권 모습에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여성의 군 복무가 필요하다면 모병제와 독립적으로 논의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선빈 학생(경제학부 3)은 전했다. “국방 정책을 논의할 때 안보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성은 징병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모병제를 하자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사고죠. 대한민국 인구 정책과 안보 정책상 모병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분석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A학생(경영학부 3)은 현재의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전 모병제와 여성 군 복무를 함께 말하는 정치권을 향해 입에 발린 소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병제 도입 시 여성이 군대에 가느냐 마느냐는 쟁점은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군대를 갔던 남성 비율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부분도 문제예요. 아직 군대를 향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이를 짚지 않고 모병제와 여성 군 복무를 얘기하는 것은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해요.” 

  ‘역 젠더’의 성격을 버려야 
  전문가들은 모병제와 여자 군 복무제 도입이 함께 논의되는 정치권에 비판적인 의사를 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모병제 논의가 주로 20대 남성들을 표적으로 잡는 것 같다며 ‘역 젠더’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2021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젠더 이슈를 역으로 활용하는 모습들을 정치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으로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를 주장한다고 생각해요.” 

  엄경영 소장은 모병제와 여성 군 복무는 가까운 시일 내에 도입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제도에 관해 충분한 논의 및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도의 여러 장단점을 파악한 후 국민 간 합의 과정이 사전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징병을 여태껏 실시하지 않다가 갑자기 모병제를 전환하고 여성 입대까지 시행한다면 각종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군 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청년들의 행복지수를 고려한 병역제도를 고민할 시기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청년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병역 체계를 바꾸고 성별과 관계없이 자기 결정권을 행할 수 있도록 병역제도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단순히 여성 군 복무를 말하며 모병제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성별과 관계없이 청년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온전히 국방의 관점에서 
  모병제 도입은 대한민국 안보와 국방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측면에서 모병제 도입을 돌아봤을 때 전문가들은 모병제 도입을 국방과 군사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고찰」(김일생, 2017)에 따르면, 한 국가의 병역제도는 국방안보의 출발점이며 국민들의 안보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엄경영 소장은 국방의 관점에서 온전히 모병제 논의를 하려면 정략적으로 모병제를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략적으로 모병제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모병제 도입을 위해서는 군 시스템 변화, 예산 확보, 국민 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합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논의 과정과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야 해요. 외국 모병제 실시 사례도 연구하면서 대한민국에도 모병제를 적절히 도입할 수 있는지 정리해 나가야 하죠.” 

  군 문제와 관련해 남성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여성에게 넘기려는 이분법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욱식 대표는 해당 행위가 청년들의 불행 지수를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여성의 강제 병역 의무로 풀려고 하면 안 됩니다. 더불어 병역을 의무의 관점에서가 아닌 권리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해요. 자기 존엄성의 근거가 자기 결정권에 존재하는 만큼, 해당 관점에서 병영 체제를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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