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으로 하나 된 우리
  • 백경환 기자
  • 승인 2021.11.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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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수어봉사 동아리 ‘손짓사랑’(서울캠 중앙동아리)과 해동검도 동아리 ‘해동검도’(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두 동아리에서 만난 학생들의 손짓과 몸짓에는 진심 어린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아리아리한 ‘손짓사랑’과 ‘해동검도’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사진 왼쪽부터 백경환 기자, 한규성 학생(건축학전공 1), 이영우씨(24), 김주명 해동검도 회장(철학과 4), 이래혁 해동검도 훈련부장(교육학과 1), 김준서 학생(작곡전공 2)이다. 일심동체로 ‘금계독립팔상세’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 남수빈 기자

1790년 정조의 지휘 아래 간행된 『무예도보통지』는 근접 전투 동작을 글과 그림으로 해설한 실전 훈련서입니다. 해동검도는 이 책을 토대로 복원 및 창안된 호국 무예죠.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신다고요? 바로 여기 중앙대에 이 해동검도 정신을 계승하는 청춘들, 해동검도 동아리 ‘해동검도’가 있습니다.  

  해동검도는 매주 꾸준히 훈련을 이어갑니다. 해동검도의 훈련 여정에 기자가 살포시 동행해 봤는데요. 검을 다루는 일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의 힘까지 필요로 했습니다. 검법 동작이 잘 외워지지 않아 버벅대는 통에 뻣뻣한 몸은 말도 듣지 않았죠. 꽤 엉망인 모습이었지만, 기자를 지켜봐 주는 동아리원들의 눈길이 있어 힘을 냈습니다. 기자의 서툰 동작을 바로 잡아주는 동아리원들의 손길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죠. 해동검도의 따뜻한 검법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기선제압: 해동검도 탐색전 
  쭈뼛대며 해동검도 연습실 문을 열었습니다. 검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낯선 풍경에 압도됐죠. 그때 먼저 도착해있는 동아리원 한규성 학생(건축학전공 1)이 기자를 반겼습니다. 한규성 학생은 해동검도 동아리 가입 이전에 이미 해동검도를 수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학교에 입학하고 활동적인 동아리를 하고 싶었어요. 마침 익숙했던 해동검도 동아리에 끌렸죠.” 동아리 가입 전부터 해동검도를 익혀왔다니. 난생처음 검을 잡아보는 기자는 괜히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과연 훈련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이래혁 해동검도 훈련부장(교육학과 1)은 기존 동아리원들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죠. “해동검도는 신입 동아리원이 들어오면 1대1이나 1대2로 맞춤형 기본 검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초심자를 향한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무기를 다루는 검도는 특히 다칠 위험이 커요. 잘하고 싶다고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멋지게 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던 기자는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심자도 멘토링을 통해 훈련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는 듯했습니다.  

  ‘검’아일체: 검과 하나 되기 
  검법 수련에는 검 하나를 한 손으로 잡고 펼치는 외수검법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검 하나를 두 손으로 잡고 전개하는 쌍수검법을 기본기로 먼저 익힙니다. 기자는 김주명 해동검도 회장(철학과 4)의 도움을 받아 쌍수검법 2번을 배웠습니다. 검을 꼭 잡고 팔만 잘 휘두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검과 하나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전신을 골고루 가누는 일에 보태 검까지 신체 일부처럼 다뤄야 했죠. 하체를 활용하는 ‘대도세’와 ‘소도세’ 자세도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기자는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청댔죠. 무릎에서는 ‘우두둑’ 소리가 나고 팔다리가 서서히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김주명 회장은 검법 훈련이 힘을 꽤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라고 말했습니다. “검법을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무척 힘들어요. 전신을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이 많이 된답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죠. 

  동아리원 두 명이 스펀지 검을 들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래혁 훈련부장은 이것이 약속격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해동검도는 대한검도와 달리 죽도를 사용하는 타격형 대련이 아니라 스펀지 검으로 자유대련을 펼칩니다. 숙련자들은 위험한 타격 없이 목검을 갖고 대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연습실을 둘러보니 목검, 가검, 스펀지 검 등 검의 종류가 다양했는데요. 목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칼이고 가검은 날이 무딘 금속 칼입니다. 이래혁 훈련부장은 원재료 차이뿐만 아니라 두께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목검은 두껍고 가검은 진검과 비슷하게 두께가 굉장히 얇아요. 공기저항을 받는 양에 차이가 있어 목검과 가검을 휘두를 때 각각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한규성 학생과 김준서 학생이 스펀지 검으로 자유대련하고 있다. 사진 남수빈 기자
목검을 쥐고 훈련에 매진 중인 동아리원들의 모습이다. 사진 남수빈 기자

  휴수동행: 손잡고 함께 가자 
  검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래혁 훈련부장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이래혁 훈련부장은 고등학생 때부터 검술에 관심이 깊어 검술을 독학했습니다. “검을 잡는 손동작이 몸에 익어서 검과 비슷한 물체가 손에 잡히면 검처럼 다루곤 해요. 그 정도로 검술을 매우 좋아한답니다.(웃음)” 그는 대학 입학 후 해동검도에 가입해 정식으로 검술을 수련 중입니다. 그에게 검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봤어요. 변요한 배우의 멋진 삼한제일검 연기를 보고 한눈에 반해 독학을 시작했죠. 검도의 매력은 수행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동작 하나하나를 연습하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죠. 적을 제압하는 정교한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취미이기도 해요.” 

  해동검도 동아리원들에게 동아리란 어떤 의미일까요? 이래혁 훈련부장은 동아리를 만남의 광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만남의 광장인 동아리를 이끄는 운영진으로서 여러 동아리원이 재밌게 훈련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동검도는 제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경건한 마음으로 동아리원들을 지도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해동검도는 제게 없으면 안 되는 소울메이트, 마치 제 반쪽과도 같은 의미랍니다.” 동아리는 김준서 학생(작곡전공 2)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저에게 동아리는 게으름 치료제예요.(웃음) 게으름으로 불어난 살을 빼는 데도 도움이 됐죠. 비대면 학기 중에 해동검도를 통해 그나마 학교생활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검도를 배웠는데요. 해동검도는 그 추억의 연장선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주명 회장은 해동검도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훈련 내내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남수빈 기자
김주명 회장은 해동검도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훈련 내내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남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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