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주요 선거가 진행될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과 토론 쟁점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병제 도입’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수 년 동안 모병제 도입을 논의해왔습니다. 그러나 논의만 있었을 뿐 도입 결정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대한민국의 모병제 도입에 관한 여러 쟁점을 파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구 감소 관련해 논의 이어져 
일자리 창출, 계층적 접근 안돼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 특히 「병역법」 제3조 제1항에서 남성은 다양한 형태로라도 의무적으로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그러나 과연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한 논란이 일어 그 대안으로 모병제가 제시되고 있다. 모병제 도입, 그 쟁점은 무엇일까? 

  지원제로도 군력 유지할 수 있나 
  모병제 도입과 관련해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징병제는 지속할 수 있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군의 직업성을 고취하는 소수 정예화된 모병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해당 의견을 피력했던 김종대 교수(연세대 통일연구원)는 병력 고갈 사태를 직면하기 전에 국방을 미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구 구조가 지속되면 2027년에는 병력 부족 사태에, 2030년에는 병력 고갈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인구 충격에 대비하려면 국방을 미리 개혁해야 해요. 지금의 대(大)군주의 사상을 청산하고 소수 정예화된 과학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군대를 만들어야 인구 감소에 대비할 수 있어요.” 

  이와 관련해 최영진 교수(정치국제학과)는 병역의무를 국민에게 자율적으로 맡긴다면 국방 인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우려했다. “충분한 병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과 유능한 국방 인력을 모으기 힘들다는 점에서 모병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급여를 올려준다고 젊은 시절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충분한 국방 가용 자원은 더더욱 없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병역 제도의 상관성 
  일각에서는 ‘전쟁의 양상이 무기 기술력, 전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어 모병제를 도입해 첨단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군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기도 했다.

  이상목 교수(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국방관리학과)는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국가안보 분야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대 무기 체계의 운용에는 오랜 숙련과 지속적인 교육이 요구됩니다. 해당 측면에서 징병제는 전문성 부족이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죠. 그러나 모병제는 전문성과 함께 전장에 상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커진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대한민국 지형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징병제를 통한 병력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악지형이 70% 이상인 지형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군대의 기계화와 인위적인 보병 수 감축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최영진 교수는 작전 및 지형의 관점에서 모병제 도입을 논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30만명의 병력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경우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병력이 필요해요. 병력이 모자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회적 약자만의 군대? 
  모병제 도입을 찬성하는 근거로 ‘일자리 창출’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나 모병제 도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돼도 결국 저소득층 사람들만 군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모병제 도입이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있었다. 모병제 도입으로 오직 사회적 약자만이 군대에 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또 다른 사회적 낙인이 될 수 있다며 해당 의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종대 교수는 모병제 이후 군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라고 가정하는 일은 ‘해서는 안 될 낙인’이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직업이라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어버린다면 그나마 존재하던 소중한 기회를 폄하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병제 도입은 기회가 없는 청년에게도 기회를 줌으로써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어요.” 

  이상목 교수는 해당 지적 자체가 계층 논리에 의해서만 군 조직을 바라본 결과라고 전했다. “왜 모든 제도를 계층의 논리로만 관찰하는 건가요? 직업군에 대한 인식은 조직 내부 구성원의 노력과 사회의 인식, 사회·경제적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변합니다. 특히 모병제 전환 이후의 직업군인을 징병제도 하의 일반 병사와 직접 비교해선 안 돼요. 직업군인의 보수와 노동 강도, 근무환경, 상위계급 진출 가능성에 관한 면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모병제, 실상을 잘 파악해야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인권 침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992명의 남성 병사 중 193명(약 19.5%)이, 남성 간부 195명 중 62명(약 31.8%)이, 여군 923명 중 262명(약 28.4%)이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해당 관점에서 김종대 교수는 모병제가 갖는 자유의 힘을 제시했다. “군내 병영 문화가 군인들의 자유를 존중해주면서부터 인권 침해 문제가 점점 개선되고 있어요. 모병제를 도입한다면 더 많은 자유가 존중될 것입니다. 따라서 군내 인권 침해 문제는 별도의 인권 정책 없이 모병제 그 자체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모병제를 통해 군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영진 교수는 지원을 통한 군 입대가 군 인권 침해 사례를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적 논의를 차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를 지원해서 가게 된다면 인권 문제가 발생해도 본인이 지원해서 왔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현재 해병대는 현역 입영대상자에 한해 지원제를 채택하고 있죠. 그러나 해병대의 인권 침해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징병제와 모병제의 이분법적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모병제를 향한 이분법적 표현은 잘못됐다며, 얼마만큼의 병력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과정을 우선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병제와 모병제는 각각 군에서 필요한 병력을 충당하는 방법입니다. 군에서 필요한 병력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갑자기 모병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모병제 성격이 강화된 지원병 제도를 신설하는 노력을 진행해야 병역제도를 바꿔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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