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서정 기자
사진 이서정 기자

2007년부터 시작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비롯해 2017년 하이트진로의 ‘이슬 갤러리’, BMW에서 개최했던 ‘미니 유나이티드’까지. 현대인의 건조한 일상 속 틈새를 노린 기업이 문화예술의 감성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전략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은 우리 곁 가까이, 깊숙한 곳에 당연한 듯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마케팅? 처음 뵙겠습니다! 
  기업 마케팅 시장에서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은 2000년부터다. 손재영 교수(홍익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문화예술 활용 마케팅이 이뤄지기 전과 후 특징과 변화양상을 이야기했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죠. 이전에는 제품 중심, 가성비, 금전적 혜택 같은 개념이 중심이었다면 브랜드 중심, 가심비, 가치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되며 문화예술이 마케팅에 도입됐어요.” 

  강은경 교수(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는 기업과 문화예술 간 관계의 흐름을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며 한국메세나협회를 중심으로 기업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문화예술을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2010년대로 넘어오며 기업과 문화예술은 상생 파트너이자 문화후원기업의 이미지로 체화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죠.” 그렇게 기업이 마케팅에서 문화예술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돼갔다. 

  현재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예술을 경영전략에 활용한다. 최희진 교수(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문화예술 마케팅으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전했다. “친환경주의, 문화적 다양성, 차별화된 미술관 등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하거나 문화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과거의 기업이 소비재를 생산하는 주체였다면 현재 기업은 문화예술 마케팅을 통해 새롭고 매력적인 사회 주체로 거듭나려 변신 중이죠.” 

  강은경 교수는 기업이 문화예술과 손잡는 일이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이야기했다. “기업에게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직접적으로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문화예술 마케팅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죠. 제품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해당 기업의 문화와 가치를 보여주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요소들을 등장시키곤 한답니다.” 

  고정민 교수(홍익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이용한 마케팅의 반발 가능성을 지적했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활용되며 예술계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러나 순수예술을 하는 예술가의 경우 문화예술이 영리 목적으로 활용돼 순수성이 훼손되거나 금전적인 면만 추구하게 될까 경계하기도 해요.” 

  카드사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TOILETPAPER의 국내 최초 전시 ‘TOILET­PAPER: The Studio’를 개최한 곳은 다름 아닌 ‘현대카드’다. 현재 현대카드의 뮤직 스토어이자 복합 문화 공간인 바이닐앤플라스틱은 레드, 그린, 핑크로 물들어있다. 프리미엄 카드 출시를 기념한 ‘No Color No Life’ 캠페인 일환으로 팝업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자신만의 색이 없는 삶을 거부한다는 의미의 캠페인은 ‘결제’에서 ‘사용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신용카드의 본질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를 지닌다. 

문화예술 마케팅 결과 현대카드의 바이닐앤플라스틱은 레드, 그린, 핑크로 물들었다. 사진 이서정 기자
문화예술 마케팅 결과 현대카드의 바이닐앤플라스틱은 레드, 그린, 핑크로 물들었다. 사진 이서정 기자

  이처럼 현대카드는 신용카드에 디자인 개념을 불어넣어 획기적인 카드 디자인을 구축하거나 디자인 기부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에 문화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 등 굵직한 문화예술 마케팅뿐 아니라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통해 고객과 지속가능한 소통을 창출하고 있다.  

  2001년 말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신용카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현대카드. 그럼에도 고객을 사로잡는 신선한 마케팅으로 불과 10여 년 만에 기존 경쟁사를 상대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현대카드의 브랜드 가치가 선명히 발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이다. 

  마케팅의 재료이자 영감의 원천 
  바야흐로 문화예술의 시대, 그 가치와 쓰임은 마케팅 수단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 고정민 교수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의 중요성을 밝혔다. “문화예술을 활용할 때 기업의 제품이 잘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며 자연스레 매출도 늘어날 거예요. 일반 대중이 문화예술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 예술계에 있는 사람들도 그만큼 더 잘 알려지겠죠.” 

  강은경 교수는 문화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부드럽고 효과적인 힘이기에 문화예술 활용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하는 창의적 접근을 통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일은 문화의 시대에 필수적인 활동이에요. 앞으로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거치며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이 어떻게 적합하게 진화해야 할 것이냐 고민해야겠죠.” 혁신적인 경영을 바탕에 둔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예술 마케팅은 우리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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