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는 제품이나 가격, 금전적 혜택을 중요시하며 마케팅 전략을 세워 왔습니다. 순수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는 예술이 영리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했죠. 이렇듯 문화예술과 마케팅은 거리가 멀었습니다. 여기서 똑똑. 마케팅이 예술의 문을 두드립니다. 문화예술 속으로 들어온 마케팅과 마케팅 속으로 들어 온 문화예술은 이제 서로 뗄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마케팅이 예술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최수경 기자 petitprince@cauon.net

사진출처 서울공예박물관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서울공예박물관 인스타그램

문화예술은 일반적인 소비재와 다르게 인간의 감정과 사상을 보여주는 소비재다. 인간은 문화예술을 소비할 때 고차원적인 만족감을 얻는다고 한다. 과거에 사라진 것을 체험하게 해주고 특정한 ‘순간’을 ‘영원’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은 더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마케팅’되고 있다.

  문화예술에 빠진 마케팅 이야기 
  문화예술 마케팅은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과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나뉜다.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 촉진을 위해 문화예술기관·단체에서 하는 마케팅이다. 반면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이 영리를 위해 문화예술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점점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다. 고정민 교수(홍익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의 비영리적 특성을 설명했다. “문화예술기관은 주로 비영리 기관이 많아서 일반 마케팅 이론을 비영리에 가깝게 응용하고 있어요. 이윤 추구보다 문화예술에 관한 적정 가격을 제시해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죠.” 일반 대중도 마케팅을 통해 문화예술을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된 순간이다.

  문화예술을 위해 뛰는 사람들 
  실제 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어떤 일을 할까. 오문선 서울공예박물관 교육홍보과장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지향하기 위해 관람객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같은 경우 어린이가 공방에서 공예품을 만들고 전시물을 보며 공예적인 속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요.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으로 참여하지 못한 어린이에게는 키트를 보내준 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각장애인이 박물관의 유물과 작품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안내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장비를 빌려 전시실 동선을 따라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주요 공예 전시품의 문양 등을 만져볼 수 있는 촉각 체험물도 제공하죠.”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SNS를 통해 미술관 내·외부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미술관 캠페인 영상 등 영상콘텐츠를 확대해가고 있다. 또한 유료멤버십 가입자와 국립현대미술관 서포터즈에게 주기적으로 미션을 주고 미술관 방문을 유도해 리워드를 제공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지리적 장점과 시설은 관객과 관람객을 이끄는 요소들이다. 박물관의 위치는 종로구의 중심이다. 주변에 북촌, 인사동, 경복궁 등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색적인 공예 도서관도 차별점이다. 공예 관련 자료와 전문 서적이 모여 있어 공예에 관심이 많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음을 읽고, 마음에 남기는 마케팅 
  공예박물관의 인상깊은 마케팅에 관해 오문선 과장은 공예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사람들의 노력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마케팅 사례를 언급했다. “박물관 개관 전 학예사들과 건축지 주무관님 인터뷰를 유튜브 영상으로 올렸어요. 박물관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배경, 전공, 걸어온 길 등을 담은 영상을 통해 서울공예박물관이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관람객이 홍보에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예박물관이다 보니 오브젝트와 조경이 예뻐요. 자체 홍보 외에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본인들의 콘텐츠에 찍어 올리면서 성공적인 홍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들. 작품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닿게 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사진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들. 작품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닿게 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사진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문화예술작품 소비계층,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도 늘어나면서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은 다채로워지고 있다. 손재영 교수(홍익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이 문화예술의 진입장벽을 낮춰줬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분야는 개인 경험이 중요하고 고차원적인 기호이기 때문에 초기 문턱이 높습니다. 이때 마케팅은 일반 대중에게 문화예술에 관한 교육과 참여 활동을 고안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죠. 그로 인해 일반 대중이 예술 방관자에서 애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제공합니다.”

  문화예술이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가 되도록 마케팅에 관한 고민은 꾸준히 필요하다. 최희진 교수(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전공)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마케팅의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에요. 특정 예술의 생산자와 수용자를 직접 만나고 관찰하는 일을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죠. 또한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 매개 공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는 만큼 마케팅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을 위한 마케팅은 문화예술이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관람객의 기억 속에 자연스레 남을 것이다. 처음에도, 맨 나중에도,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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