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친구가 대학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계속해서 업로드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비판이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이유 없는 비난이 대부분이라 상처가 된다고 토로했다.

  에타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대학별 커뮤니티다. 이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토론이 오갈 수 있지만 동시에 비난은 짙고 책임감은 옅어지는 공간이다. 가상 공간에서는 쉽게 뱉어내는 말의 무게를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에타에는 서로를 향한 격려와 위로가 가득한 공간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함께 나타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서로를 겨냥한 화살은 더 구체적이고 날카롭다. 친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어쩌면 나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휴대전화 너머로 이런 말들을 뱉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익명성 기반의 커뮤니티가 대학의 공론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오프라인 공간들이 사라지면서 건강한 소통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전에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가볍게 휘발되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나눌 수 있었지만 만남이 단절된 요즘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서 공통 관심사를 지닌 에타로 소통이 몰린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입학한 경우 학교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에타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나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워져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학교생활에 관한 정보를 얻고, 함께 생각을 나누며 가보지 못한 학교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간은 여론을 좌우하기 쉽다. 에타 속 주목을 받은 게시물과 댓글들이 주류 여론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흡수할 수도 있다. 이때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다른 창구가 있으면 균형이 맞춰질 수 있지만 현재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교내에서 관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은 에타에서 제기된 문제를 학교 본부에 전달하는 창구로만 쓰이고 있다.

  최적의 해결책은 이를 보완할 여러 창구가 마련되는 것이다. 다양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편향된 사고를 희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이다. 적합한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마련한다고 해서 해당 창구를 활발히 이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이용자 개개인의 비판적인 사고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극화와 동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파도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매일 불타는 에타의 게시글들은 사회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비출 뿐 결코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소지현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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