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회화, 조각, 음악 등의 전시는 보고 듣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고 관람객이 작품을 만지는 행위가 금기시됐습니다. 현재 예술은 단순히 ‘보고 듣는’ 예술에서 ‘느끼며 참여하는’ 예술로 점점 진화하고 있죠. 여기서 똑똑. 첨단 기술이 예술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제 AI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하기도, 예술작품에 디지털 가치를 부여해 거래하기도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를 기반으로 하는 NFT 미술시장인데요. NFT가 예술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최수경 기자petitprince@cauon.net

NFT라는 신대륙 포착 
뜨거워지는 미술 시장

투기 거품 터지지 않도록 
가치판단과 윤리가 필요

구매자의 가치판단 기준과 제작자 윤리의식의 부재는 구매자가 가치 없는 그림에 현혹되게 만들기도 한다.이미지 최수경 기자
구매자의 가치판단 기준과 제작자 윤리의식의 부재는 구매자가 가치 없는 그림에 현혹되게 만들기도 한다.이미지 최수경 기자

JPG 파일 하나가 785억원에 거래된다.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우리 현실 속 이야기다. 지난해 3월 전 세계적으로 예술계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비플’이라 불리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NFT 작품 <매일 :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비플이 2007년부터 만들어낸 디지털 작품을 한데 모은 것으로, 300MB의 용량을 가진 1개의 컴퓨터 JPG 파일이다. 이토록 뜨거운 열풍의 주인공, NFT의 정체를 파헤쳐보자. 

  유일무이한 존재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오현옥 교수(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는 NFT의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에 관해 이야기했다. “FT(Fungible Token)는 우리가 익히 아는 돈으로, 액면가만 같으면 같은 가치를 지녀요. 블록체인에서는 개인마다 토큰을 소유하죠. NFT의 경우 각 토큰이 서로 상이하기에 개별적으로 기록해야 하고 다른 토큰으로 대체될 수 없어요. 즉 대체 불가라는 말은 각 토큰이 별개의 것이라는 의미죠.” 

  김승주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는 NFT의 투명성과 영구보존성이 블록체인으로부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투명성, 가용성, 데이터의 영구보존성이라는 고유한 특징을 갖는데 NFT는 이 중 투명성과 영구보존성을 이용해요. 누구나 블록체인을 설치하면 볼 수 있고 한 번 등록된 데이터는 삭제나 수정, 위변조가 불가능하죠. NFT는 블록체인상 등록된 품질보증서 또는 등기권리증으로 해석하면 돼요.” 등기권리증을 맞교환할 수 없듯 NFT 역시 맞교환할 수 없기에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뭄에 단비, 그러나 미흡한 대비
  디지털 작품은 원본을 복사해 재판매했을 때 원본과 복사본을 판별할 수 없어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NFT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비 같은 존재다. 단 하나의 원본을 나타내는 코드를 부여해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 번 발행하면 제3자가 위조하거나 복제할 수 없을뿐더러 그 소유권과 거래 내역이 명시돼 있어 ‘디지털 소유 증명서’로 활용된다. 

  그러나 어떠한 디지털 작품에 대한 NFT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그 작품을 소유한다고 보장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블록체인에 기록을 남겨준 것일 뿐이며 NFT가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승주 교수는 NFT의 법적 권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NFT를 사면서 자기가 저작권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NFT가 법적인 효력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죠. NFT의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어 논의가 필요하고 저작권 관련 법 제정이 따라줘야 하는데, 블록체인이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기에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어느 나라 법을 따를 것인지도 문제죠.” 

  오현옥 교수는 그렇기에 NFT 거래 및 투자 과정에서 그 주체와 경로를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NFT를 통해 법적으로 작품 또는 지적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어요. 해당 작품 NFT를 작품 소유자가 생성했다는 보장도 없죠. 따라서 NFT 발행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이뤄졌는지, NFT 유통 블록체인이 믿을 만한지 등을 고려해야 해요.” 

  NFT에 미술이 스며들 때
  NFT는 미술, 음악, 게임 등의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판소리로 흥했던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NFT의 형태로 새롭게 발행됐다. 또한 가상세계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 <크립토키티>에서는 고유한 값을 가진 고양이가 NFT로 거래된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에 NFT를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미술시장에서 NFT의 열기가 뜨겁다. 가상화폐 미술시장 데이터 분석 회사 크립토아트(CryptoArt)에 따르면 슈퍼레어(SuperRare), 아트블럭스(Art Blocks) 등 8개의 플랫폼에서 거래된 8월 NFT 미술품 거래량은 7월대비 약 712%가 증가했다. 또한 현재까지(5일 기준)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된 작품은 약 200만점에 이르며 시가 총액은 약 12억 2200만달러(약 1조 449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티안 미디어아티스트는 미술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를 NFT가 디지털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은 디지털화된 후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됐고 게임은 이미 디지털 포맷이었어요. 반면 예술(미술)은 고전적 형식의 회화 위주로 미술시장이 형성돼 있었죠. 블록체인 기반의 NFT는 이 디지털 미술작품에 독창성과 아우라를 제공해 디지털이라는 무형 작품에 가치를 부여해줬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희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거래
  NFT 미술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다. 오픈씨(OpenSea), 슈퍼레어, 클립 드롭스 등이 그 예시다. 개방형 블록체인 플랫폼 오픈씨에서는 소비자가 자유롭게 자산을 거래할 수 있고 NFT 발행 수수료를 줄여 창작자의 부담을 줄여줬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NFT 거래를 할 수 있다. 오픈씨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암호화폐를 입출금할 계좌인 디지털 지갑을 만든다. NFT 거래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활용하며 이 화폐는 이더리움(Etherium)을 기반으로 한다. 보통 은행 거래처럼 계좌번호와 암호를 설정한 후, 만든 계좌를 통해 NFT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계좌에 입금하기 위해서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해 본인 계좌에 전송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국제송금업체 ‘와이어’를 통해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사서 넣는다. 암호화폐가 계좌에 입금되면 NFT 거래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다음 구매한 NFT에 자산의 판매자, 구매자, 가격, 구매 시점이 기록되며 소유권이 구매자에게로 양도된다.  

  NFT 거래 플랫폼은 미술품 거래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개인 작가의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많은 사람이 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 08AM 현대미술가는 소비자에게 주는 이익과 즐거움에 관해 언급했다. “블록체인은 가치 변동이 심해요. 이 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은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죠. 이렇게 작품을 되파는 ‘세컨더리 세일’은 소비자들에게 수집의 재미를 주기도 한답니다.”  

  반면 김승주 교수는 가치 부풀림 현상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NFT라는 품질 보증서가 붙으면 원본 그림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이 상승 정도가 심해지면 가치가 없는 그림을 비싸게 살 위험도 존재하죠.” 또한 저작권 침해도 우려된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그라운드X는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타인의 저작물을 NFT로 발행해 외부 NFT 오픈 마켓에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더 타오를 NFT의 불씨
  NFT를 향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만큼 안전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08AM 현대미술가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리포트 기능과 오피셜 메일을 통해 원작자를 가려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현옥 교수는 거액의 NFT 거래의 경우 국가 기관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해 법 테두리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NFT 사용자 간 윤리도 중요하다. 레이레이 전업 NFT 작가는 사용자 간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NFT 시장은 초기 시장이라서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이 중요한 개척자 역할을 합니다. NFT에서 만나는 사람끼리 매너를 지키며 좋은 정보를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08AM 현대미술가는 저작권 의식과 NFT 시장을 향한 관용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저작권을 가진 이미지를 발행하고 수집가도 아티스트의 저작물을 잘 확인하고 수집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NFT 미술시장은 새로운 분야인 만큼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NFT 미술시장, 이를 보는 예술계의 관점은 어떨까. 레이레이 작가는 NFT 시장의 인원 유입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NFT 미술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08AM 현대미술가도 NFT가 예술계와 투자시장에서 활발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올해 가을을 기점으로 NFT 시장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NFT 분야가 크고 단단해지면 투자시장도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은 늘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작은 NFT 불씨에 윤리적인 아티스트와 수집가가 장작을 놓아줄 때 더욱 밝은 미술시장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