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집이 아니었다
  • 장민창 기자
  • 승인 202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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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문제를 돌아보다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이들은 힘들었던 하루를 정리하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자신을 맞이하는 편안한 공간으로 집의 의미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집에 이해관계가 들어서면서 더 이상 집은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됐습니다. 원치 않은 철거로 원래 살던 집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자산 축적을 위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거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일러스트 윤국화

「주거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국민은 물리·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거환경 정비와 노후주택 개량 등을 통해 기존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의 주거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관련 주택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주거권을 해칠 수 있는 강제 철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강제퇴거 및 철거 과정에서 거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집행에 대한 사전 통지 절차의 규정 명시, 강제 집행 현장에 공무원 입회 등 이행사항을 공표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 이행사항은 실효성이 낮았다. 특히 2009년 인권위는 거주자의 퇴거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만 강제 철거가 가능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방을 빼지 않으면 강제 퇴거시키겠다고 독촉하는 재건축 조합으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주민의 모습을 돌아봤을 때 권고는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발적 퇴거와 강제 퇴거의 차이를 언급하며 강제 퇴거가 주로 진행됨을 지적했다. “철거를 원치 않는 사람도 강제로 끌어내면 퇴거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퇴거 완료 이후 철거가 이뤄진다는 게 매우 인권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그 퇴거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강제로 주민들을 퇴거시키고 철거를 진행하는 게 다반사죠.” 

  이원호 연구원은 재개발 과정에서 거주민과 재개발 사업 추진인 간 협상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철거 직전 마지막 인허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가 끝나면 보통 3개월 정도 퇴거 기일을 고지해요. 3개월 동안 충분히 협상을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법적 절차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인 거예요.”  

  강제 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였다. 철거에 동원되는 용역으로 인해 많은 철거민이 심각한 폭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구조가 존재했다. 그 폭력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원호 연구원은 ‘일상적인 폭력’의 심각성을 얘기했다. “일상적인 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문제예요. 개발 구역에 용역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을 차리고 용역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죠. 장사하는 가게 앞에 비둘기나 고양이 사체를 던져 놓고 가는 걸 본 적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런 일상적인 폭력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재개발로 혼탁해진 공동체 
  재개발로 인해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이로 인해 원주민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제도로 인해 거주민의 주거권이 박탈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기도 했다. 

  허정호 광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명경실련) 사무처장은 소유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이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타운 사업에는 추진위원회(추진위)와 조합이 참여합니다. 추진위에 참가하기 위한 자격은 ‘소유주’여야 한다는 점이에요. 본인이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더라도 재개발 사업의 결정 구조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죠. 결국 주민들은 입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재개발 사업에서 노인과 장애인 등 주거 약자를 향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주거 약자로도 볼 수 있는 노인, 장애인의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는 고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법을 통해 소외계층을 향한 주거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어 그는 재개발 사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언급했다. “현재 재개발 사업은 ‘재개발 사업에 찬성하는 조합 주민 50%가 추진위를 설립하겠다’고 하면 승인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거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죠. 주거 약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그들이 지역 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원주민이 재개발 지역을 떠나는 이유로 ‘재개발 지역의 가치 상승’을 말했다. 원래 살던 곳의 가치가 상승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개발 사업이 이뤄짐에 따라 재개발 지역의 가치와 종전 자산 가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원래 살던 곳을 팔고 여유 자금을 마련해 지방으로 이사를 간 후, 여유 자금을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재개발 사업의 방향성과 관련해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해 지역 공동체가 와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흑석2구역의 경우 재개발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하기도 해 극심한 주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허정호 사무처장은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선행되지 않았기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현재 공공기관은 단순히 재개발 사업의 승인 역할만 주로 맡는다고 봐요. 주민 간 갈등이 일어났을 때 공공기관이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개인 자산 또는 물질적인 것만 좇다 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투기, 투자라는 가면을 쓴 무기 
  투기로 인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3월 불거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조직적 땅 투기 행위와 고위 관료 및 정치인이 행한 투기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노연희 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3)과 이우진 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3)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현대 사회의 원인으로 ‘주택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와 ‘투기’를 꼽았다. “주택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로 인해 집값 상승 문제가 발생했다고 봐요. 정부의 일률적인 투기 수요 규제 정책으로 인해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모으기가 어려워져 내 집 마련이 더욱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투기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발생한 점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보여요.” 

  최진도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돈 많은 사람이 지속해서 집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다. “기존 제도를 보면 다주택자들이 또 집을 살 수 있게 돼 있었어요. 돈 많은 사람은 세금을 더 내더라도 시세 차익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계속 집을 살 수밖에 없죠.” 

  이어 최진도 위원은 정부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수요자에게도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금은 과한 정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수요자와 무주택자에게도 대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더더욱 사지 못하는 것이죠.”  

  재개발 사업 속에서 발생하는 입주권 쪼개기도 큰 문제다.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건물 붕괴 참사의 이면에는 조합장과 조합장 친인척 간에 벌어진 입주권 쪼개기라는 불법이 만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입주권 쪼개기로 인해 외부 투기 세력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며, 원주민이 원하지 않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통 입주권을 쪼개서 재개발 사업 구역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윤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허가관청에 재개발 사업 관련 민원을 넣죠. 결국 허가관청은 민원에 못 이겨 재개발 사업 지역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외부 투기 세력에 의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셈이죠.”  

  이어 그는 입주권 쪼개기를 근절해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과정에서 입주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손해를 입게 됩니다. 가난한 사람은 입주권을 얻었지만 돈이 없어서 입주하지 못하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죠. 입주권 쪼개기는 우리 사회에서 눈 감고 있는 또 다른 투기입니다.” 

  주거는 법으로도 명시돼 있을 만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주거권은 잘 보장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주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광명뉴타운에서 진행되고 있는 철거 현장의 모습. 철거 파편 뒤에 놓인 집 1채는 쓸쓸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광명경실련
광명뉴타운에서 진행되고 있는 철거 현장의 모습. 철거 파편 뒤에 놓인 집 1채는 쓸쓸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광명경실련
철거가 진행된 현장에는 철거된 집의 파편들이 한 곳에 쌓여 있었다. 사진 제공 광명경실련
철거가 진행된 현장에는 철거된 집의 파편들이 한 곳에 쌓여 있었다. 사진제공 광명경실련
광명뉴타운의 밤. 사람들이 떠나간 재개발 지역에는 적막함만이 존재했다.     사진제공 광명경실련
광명뉴타운의 밤. 사람들이 떠나간 재개발 지역에는 적막함만이 존재했다. 사진제공 광명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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