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구 행복동이 되도록
  • 소지현 기자
  • 승인 2021.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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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다
흑석3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신축공사 현장 근처의 모습. 신축 공사 현장과 오래된 건물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 장민창 기자
흑석3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신축공사 현장 근처의 모습. 신축 공사 현장과 오래된 건물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 장민창 기자

주거는 의(衣), 식(食)과 더불어 인간 생활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단순히 거주한다는 의미를 넘어 안식처이자 보금자리를 뜻한다. 그러나 주거환경을 개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재개발 사업이 오히려 시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문제는 강제 철거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강제 철거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부족한 세입자 대책을 지목했다. “기존 거주민들은 세입자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철거에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재개발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이주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집값이 올라가게 되고 그들은 갈 곳이 없어지죠. 현재 재개발 구역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자에 한해 주거 이전비 4개월분을 보상해 주는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적인 재개발 사업이 민간에게 맡겨졌고, 민간은 이윤 추구에 몰두했기 때문에 강체 철거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민간 참여자의 목적은 이윤 추구일 수밖에 없어요.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를 이루지 못하고 물리력을 동원해가며 사업을 밀어붙이는 거죠.”

  이어 그는 철거 진행에 저항하는 주민들은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재개발 사업을 규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개발 사업의 추진 방향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쫓겨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세입자와 재개발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소유자는 합법적인 철거 절차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자로 규정되는 거죠.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때로는 공권력까지 투입됩니다.”

  지역 네트워크, 수신 불량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입주권에 대한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진도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조합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시공사와 조합원 간 비리가 주민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조합원들이 가진 사업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해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시공사와의 유착도 계속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보완해 사업이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입주권의 추가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소유주들은 재개발 사업으로 해당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원호 연구원은 해당 문제점의 원인을 얘기했다. “실제로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 대다수는 투자 목적으로 주거지를 갖고 있어 입주권을 위한 추가 부담금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실제 거주하는 소유주는 주거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어서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요. 낡은 재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보상금도 적은 편이죠.” 이어 세입자의 동의를 묻는 과정도 없어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의 세입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호 연구원은 기존 거주자들이 재입주를 하지 않는 원인으로 재개발된 마을에 느끼는 이질감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인의 경우 아파트 위주로 공급되는 마을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일괄적 재개발 사업 모델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질이 왜곡되지 않게 
  권대중 교수는 강제 철거로 인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현실적인 토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보통 재개발 지역에 관한 감정 평가 가격은 일반 시중 가격보다 낮게 평가됩니다. 재개발 이후 가격 상승도 반영되지 않죠. 소유자에게 평가를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감정 평가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이원호 연구원은 ‘강제 퇴거 금지법’ 제정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재개발 사업 관련 법률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법에 따라 재개발을 추진하는지에 따라 대책 내용이 달라집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퇴거를 수반하는 개발 사업의 기본적 법안이 필요해요.”

  권대중 교수는 재개발 조합원들을 향한 정비 관련 교육을 의무화해 조합원의 전문성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를 통해 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일정 기준 이상 규모의 조합을 대상으로 정비 사업 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 간 갈등을 원활히 조율할 수 있다고 봐요.”

  그는 기존 원주민 이탈을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에 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세입자들의 주거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도시 정비 사업의 목적은 기존 거주민들의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주민 재정착률이 저조한 게 현실이죠. 재개발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가 기존 주거지에 정착하도록 분양권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지역을 향해 원주민이 느끼는 이질감을 해소할 방법으로 주거지 보존 방식의 재개발 모델이 제시되기도 했다. 최진도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재개발을 예시로 들었다. “기존 마을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 일부를 재건축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오래되거나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건축물만 허물어 저층 주택을 함께 설계하는 거죠. 이는 원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재개발 사업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 집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고 더 나은 보금자리로서 제 기능을 다하도록 사회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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