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환경주의’를 들어본 적 있는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듯 홍보하는 것으로, ‘그린 워싱’이라 부른다. 기업에서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친환경을 이끌어나가는 것처럼 포장함이 대표적 예시다. 그리하여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묻히게 된다.

  언제부터 친환경이 기업 마케팅의 트렌드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이는 최근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변화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 문제를 향한 관심도 상승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대놓고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만큼 문제인 것은 어설픈 환경 보호 의식이다. 자신이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거만한 착각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9월 28일,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주문하는 분께 50주년 기념 특별 제작된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아 드립니다. 일회용은 줄이고 재사용은 늘리고!’ 스타벅스 공식 SNS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리유저블 컵을 얻기 위해 스타벅스로 향한 사람 중 일회용을 줄이기 위한 마음으로 방문한 이는 얼마나 될까? 글과 함께 올라온 리유저블 컵의 사진은 소비자를 유혹하기 딱 좋다. 리유저블 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희귀한 대기업의 이벤트에 무작정 스타벅스로 향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은 SNS에 게시할 좋은 아이템이자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한정판 굿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뻔한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단연 소비자에게 있다. 이제 기업은 알기 때문이다. 저 문구를 본 대개의 소비자는 SNS에 리유저블 컵을 얻은 사진을 게시하며 만족하거나 혹은 자신이 리유저블 컵을 사용함으로써 ‘일회용을 줄일’ 수 있다고 믿으며 행동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유저블 컵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아닌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지며 컵의 잉크로 애초에 재활용이 어렵다.

  환경 문제를 계속해서 이슈화하고 그에 대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선한 영향력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를 주도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면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마케팅에 이용되며 기업 이름을 내걸고 ‘환경’에 약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관통하는 모습은 분명 지적받을 만하지 않은가. 어쩌면 소비자는 알면서도 속는다.

  그렇다면 알량한 기업의 술수에 맞서 소비자가 변하는 건 어떨까.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면 자꾸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정세랑 씀)의 제목이 떠오른다. 친환경으로 소비심리를 공략하는 기업들에 매번 속아 넘어가는 것도 지구인이지만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주체 또한 지구인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환경을 향한 애정의 시선은 SNS로 남들에게 과시할 필요가 없다. 환경 보호를 위한 내 마음은 오로지 지구에게만 보여줘도 된다는 것을 믿었으면 한다.

김지현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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