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환경문제. 당신은 환경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얽힌 만큼, 미처 주목하지 못한 환경문제도 많을 텐데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에서는 사진을 통해 환경문제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오히려 해가 되는 법이죠. 이번 주 사진팀은 녹색실천의 이면을 살펴봤는데요. 가장 흔히 하는 텀블러와 에코백 사용은 개인도, 기업도 본래 의도와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생분해 제품은 친환경을 앞세우지만, 안심하고 쓸 일은 아니죠. 이제는 진정한 녹색실천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반환경적 녹색실천에 대해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지선향 기자 hyang@cauon.net

 

사진 김수현 기자

 

 

 

 

 

한 손엔 텀블러, 반대 손엔 일회용품?

겉핥기식 에코 아이템 사용은 그만

기본에 충실히 적게, 자주, 오래 쓰기

 

 

 

 

 

 

“당신은 녹색실천을 하고 있나요?” 환경을 위한 실천을 떠올리면 텀블러와 에코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이 녹색실천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지구를 지키는 노력이 정말 지구에 선한 영향을 미칠지, 혹시 녹색 소비로 위장한 회색 소비는 아닐지 되짚어봐야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녹색실천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사진 남수빈 기자
사진 남수빈 기자

  텀블러와 에코백은 죄가 없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본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일회용품을 대체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는 에코 아이템이다. 1달 동안 매일 1회씩 300mL텀블러를 쓰면 종이컵 사용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을 상쇄할 수 있다. 에코백도 마찬가지로 장바구니로 활용해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텀블러와 에코백의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친환경 실천을 위한 도구로 보기보다 수집 대상이나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쌓여있는 텀블러와 에코백만 각각 5개가 넘는다. 김양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변질된 에코 아이템 소비문화를 비판했다. “만들어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는 소비 형태는 환경에 도움 되지 않아요.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유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죠.”

에코백은 의류와 유사하지만 재활용이 어렵다.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과하게 소비하면 오히려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우측은 에코백을 들고 있음에도 비닐봉지를 안일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연출한 사진이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역설적으로 일회용품보다 에코 아이템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정도가 더욱 크다. 제품 1개를 기준으로 할 때 종이컵보다 플라스틱 텀블러가, 플라스틱 텀블러보다 스테인리스 텀블러가 제작 과정에서 과도한 물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한다.

  김정인 교수(경제학부)는 진정한 친환경 제품은 전 과정적으로 접근해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원재료부터 제품이 폐기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해야 진정한 친환경 제품이에요. 하지만 텀블러와 에코백은 재질까지 고려하면 친환경 제품으로 보기 어렵죠.” 텀블러보다 더 많은 오염을 일으키는 에코백은 원료인 면화 재배 과정에서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텀블러 제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은 종이컵 25개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다.
텀블러 제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은 종이컵 25개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다. 사진 남수빈 기자

  소비자가 바뀌어야 기업이 바뀐다 
  기업은 친환경 마케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전환하고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판촉물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9월 28일 스타벅스는 다회용 컵 행사를 열어 플라스틱 컵 약 100만개를 증정했다. 이날 오후 1시에 기자가 방문한 스타벅스 상도점은 대기 줄이 매장 밖까지 나와 있었다.

9월 28일 스타벅스 다회용 컵 행사로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 김수현 기자
9월 28일 스타벅스 다회용 컵 행사로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 김수현 기자

  A학생(광고홍보학과 석사 4차)은 다회용 컵을 받으려 커피를 구매했다. “스타벅스에서 다회용 컵 행사를 하면 무조건 받으려 해요. 실제로 사용하기보단 소장용으로 쓰려고요.” 행사 취지는 다회용 컵 인식 개선이었지만 다회용 컵을 1번 쓰고 버리는 일부 소비자도 눈에 띄었다. A씨는 다회용 컵을 과잉 제공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텀블러가 이미 있지만 새 플라스틱 컵이 또 생긴 거잖아요. 깊이 생각해보니 환경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다회용 컵을 받기 위해 일부러 매장에 방문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 다회용 컵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 김수현·지선향 기자
제조 음료 구매 시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다회용 컵을 무료로 제공했다. 다회용 컵을 받기 위해 일부러 매장에 방문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 다회용 컵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 김수현·지선향 기자

  자본주의 시스템은 불가피하게 반환경적 요소를 지닌다. 에코 아이템이라 해도 경제 논리에 따라 제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환경을 희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텀블러 사용 기간이 줄어들면서 반복 구매가 이뤄지고 신제품의 주기도 짧아졌다. 김양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코 아이템을 과하게 생산하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제재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소비자가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한 고객이 스타벅스 시즌 한정 컵을 고르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한 고객이 스타벅스 시즌 한정 컵을 고르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회색 소비에서 녹색 소비를 향해 
  에코 아이템은 반드시 사용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에코 아이템이 환경에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코 아이템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선 환경 교육과 에코 아이템에 관한 인센티브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 이일한 교수(경영학부)는 환경을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려면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인 교수는 인센티브 제도의 표준화를 언급했다. “어느 카페든 텀블러를 가져갔을 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텀블러를 더 많이 사용하겠죠. 제도 개선과 동시에 높은 인센티브를 줘야 에코 아이템 사용을 장려할 수 있어요.”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분해되지 못하는 생분해 제품
생분해 플라스틱도 결국 플라스틱
절약·재사용·재활용 먼저 실천해야

 

 

 

 

 

  생분해 제품은 ‘친’환경할까 
  인증받은 친환경 제품도 이면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편의점이 도입하고 있는 친환경 봉투, 카페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친환경 포크.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 친환경 제품들은 얼핏 마음 놓고 써도 환경에 큰 부담은 아닐 듯하다.

  중대신문은 9월 20일부터 10월 1일까지 20대 170명에게 생분해 제품이 환경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지 물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유해물질이 없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분해가 잘 돼 환경에 이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며 퇴비화를 목적으로 한다. 땅에 매립된 상태에서 50~60도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야 생분해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환경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결국엔 생분해 아닌 소각행 
  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대표적인 생분해 소재인 PLA(Poly Lactic Acid)는 온도 58도, 수분 70% 이상의 조건에서 매립 시 반년에 걸쳐 약 90% 분해된다. 김양지 교수는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조건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하지 않기 때문에 처리가 어렵죠. 생분해 플라스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따로 모아 처리하는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대체로 소각되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현재 생분해 제품은 일반 쓰레기로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강길선 교수(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는 폐기물 처리 방법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생분해 제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대부분 분해가 일어나지 않고 소각 및 매립이 이뤄져요. 반대로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분리 배출하면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죠.” 결국 자연 분해라는 생분해 제품의 특징은 무의미해진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한국은 땅이 부족해 매립이 거의 어렵다. 이에 소각되지 않은 생분해 플라스틱은 바다에 방치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바다에 흘러가면 분해 속도가 매우 더뎌진다. 바다 깊숙이 갈수록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미생물도 없기 때문이다. 김양지 교수는 해양 속 생분해 플라스틱의 미세화 문제를 강조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흘러가면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어요. 쉽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어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더욱 용이하죠. 이는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적절한 환경 속에서 퇴비화를 거치지 않고 버려지면 일반 플라스틱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로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생분해라는 본분을 다하려면 폐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일회용품 대신 생분해 제품을 사용하기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일한 교수는 ‘3R운동’을 언급했다.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해 할 수 있는 건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하는 것이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진정한 녹색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