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러움’을 상실해버린 대학
  • 소지현 기자
  • 승인 2021.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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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문제를 관찰하다

기초학문은 응용 학문이나 실용 과목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대학 내에서 기초학문의 교육과 연구를 외면하는 현상과 취업을 우선시하는 현상 등이 만연해짐에 따라, 대학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대학을 평가하는 제도와 교수의 열악한 연구환경도 큰 문제라는 의견도 존재했습니다. 과연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대학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요? 장민창 기자 jmc17061@cauon.net

302관(대학원) 앞에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있다. 현재 대학생들도 본질을 잊은 대학으로 인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장민창 기자
302관(대학원) 앞에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있다. 현재 대학생들도 본질을 잊은 대학으로 인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장민창 기자

기초학문 소외되고 취업만 강조돼
자본 개입으로 무너진 교육·연구

대학은 교육과 학문적 연구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의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 지금 대학 내에서는 기초학문이 소외되고 취업률을 높이는 데 몰두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대학은 대학평가의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교육에 관심을 쏟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교원들이 열악한 교육과 연구환경에 놓여 대학의 진정한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

  토양이 비옥해야 꽃피운다 
  기초학문은 응용 학문이나 실용 과목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의미한다. 자연과학 계열에서는 물리학, 수학, 화학 등이 있으며 인문학 분야에는 철학, 문학, 역사학 등이 있다.

  최근 취업에 유리한 응용 학문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학 내 기초학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9년 서울경제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학대 및 특성화대를 제외한 전국 4년제 180개 대학 중 자연계 기초과학 전공이 단 하나라도 설치된 대학은 약 51.1%(92개)로 나타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문학 전문가들은 인문학 위기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변순용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는 기초학문을 향한 사회적 인식과 학생들의 저조한 선호도가 작용된 결과라며 해당 문제점을 언급했다. “현재 기초학문과 관련된 전공이 사회적 요구를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더불어 학생들이 취업을 고려하다 보니 해당 전공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기초학문은 더 내몰리는 것이죠.” 이어 그는 기초학문의 위기를 그저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기초학문을 향한 연구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학 내 소외된 기초학문을 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학생(전자전기공학부 4)은 기초학문이 학문적 토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학이 기초학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기술도 결과적으로 수학·과학적 지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 도 기초학문 관련 전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규호 학생(철학과 2)은 대학이 유일한 기초학문의 공간이라며 대학이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학문을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대학입니다. 시대가 기초학문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대학은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줘야 하죠.”

  학문과 취업, 공존할 수 있을까 
  기초학문에 관한 무관심 속에서 대학은 취업에 유리한 일부 전공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흐름이다. 일례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가 있다. 해당 학과는 졸업 후 각각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입사를 보장한다.

  도규호 학생은 대학이 취업에 유리한 일부 전공을 밀어주는 행위가 학문적 균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경쟁 지표인 취업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용 학문에 과잉 투자를 하는 행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다른 학문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반면 A학생은 이를 두고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마땅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공계열 최상위권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 의대나 치대로 쏠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맥락에서 공대가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고 봅니다. 우수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만점만을 향한 교육 
  교육부는 대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3년 주기로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한다. 평가 기준에는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학생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이 있다. 해당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대학은 향후 3년간 연간 4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 부실 대학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이종우 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부실장은 이런 대학평가가 취업률에 매진하도록 대학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고등교육 기관으로 취업 외에도 다양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기관입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취업률을 계속해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학은 취업 예비학교로 변질되지 않을까요.”

  현행 대학평가 자체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변순용 교수는 대학평가에 대한 심층적 고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연 대학 역량을 양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재고해야 해요. 각 대학은 각자의 성격과 목표가 있죠. 이들을 동일하고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그는 대학이 평가주의 교육으로 병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의 본분을 다하게 해주세요 
  기업화된 대학으로 교수의 연구환경이 어려워지고 비정규직 교원의 고용 불안정이 더해지며 교육과 연구 질이 하락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종우 부실장은 대학의 기업화로 인해 교수들이 열악한 연구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성과는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유의미한 연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해요. 그런데 대학이 자본을 중심으로 기업화됐고 교수들은 프로젝트 수주와 신입생 유치를 강요받는 것 같습니다.”

  변순용 교수도 대학이 기업화됨에 따라 학문이 자본에 예속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돈의 흐름에 따라 대학 연구가 달라지는 부분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연구를 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이처럼 자본에 종속된 학문 연구들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를 향한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대학 연구 및 교육 역량을 저하시켰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가 전임교원들에 비해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 강사들은 교과목 개발과 강좌 선택에 제한적이에요. 수업 준비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도 보장되지 않죠. 논문지원금과 학술연구지원금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는 관련 법이 개정됐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의 환경적 요인이 교육 및 연구 역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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