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대학을 위해
  • 오진실 기자
  • 승인 202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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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해결 방안을 파헤치다

한국 대학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초학문이 침식되고 대학 내 취업우선주의가 만연해졌기 때문이다. 대학평가제도 문제점과 교원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부정적인 대학 상황에 불을 지폈다. 과연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더 이상 외면하지 않으려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취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기초학문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의 얘기를 말하며 그 원인으로 관련 전공을 이수한 후 배워야 할 양이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단 기초학문과 관련된 일자리 규모가 적어요. 뿐만 아니라 기초학문 전공자가 추가적으로 배워야 할 게 많아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학은 기초학문을 없애거나 관련 전공과 통합하기도 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대학과 정부가 균형 있는 학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요.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기초학문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도 필요하죠.”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향한 연구비 지원 부족이 기초학문 침체를 낳았다고 짚었다.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같은 기초학문의 퇴조는 오래된 현상입니다. 그 원인은 기초학문 연구자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연구비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데에 있죠.”  

  이어 그는 기초학문의 성격을 고려해 장기적인 연구비 지원과 출판정책 개선을 제안했다. “현재 한국은 책을 통한 지식 생산과 유통, 지식 소비와 재생산 구조가 소멸하기 직전입니다. 따라서 관련 교수 및 연구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비 및 번역 지원, 출판정책 개선 등이 필요하죠.” 

  평가가 취업을 부추겼다 

  취업우선주의가 만연한 원인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대학평가제도가 언급됐다. 임은희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점과 직업별로 나타나는 일자리 차이 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가 학생들로 하여금 더욱 취업에 매달리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학생들은 취업 중심의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어떤 일자리를 갖느냐에 따라 급여와 사회적 시선, 안정성과 복지 등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기도 하죠. 이 점이 취업우선주의의 큰 원인이라고 봐요.” 

  양성렬 이사장은 대학평가제도의 도입이 대학을 취업준비학원처럼 변질되도록 부추겼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평가 지표에 취업률이 포함돼 대학 목적이 학문탐구에서 취업으로 변질됐다며 대학의 본 목적을 되찾기 위한 다각도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대학은 별도의 취업교육이 필요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진로지도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직업환경 변화에 대비한 프로그램도 고안해야 하죠.” 

  그는 대학평가제도를 거부할 수 없다면 보다 합리적인 대학평가제도가 필요함도 언급했다. “실질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독립된 평가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 재정과 지역균형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반재정지원을 실시할 필요가 있죠.” 

  작은 틈의 위력은 대단했다 

  대학의 기업화와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해 교수의 열악한 교육환경이 조성된 데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손준식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역사학과)은 대학에서 시행 중인 상대평가제도가 경쟁 체제를 만들었고 이는 교수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조성했다고 진단했다. “대학이 기업에서 하던 경쟁 방식을 학교에 적용하면서 교수들이 힘들어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방식을 교육 현장에 적용했다는 부분이 문제죠.” 

  물론 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 개정안인 강사법만 봐도 허점은 존재한다. 변기용 교수(고려대 교육학과)는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의 고용 불안 문제를 증폭했다고 지적했다. “강사법 입법 이후 일선 대학에서는 정부의 평가에 대비해 꾸준히 시간강사와 강좌 수를 줄여 왔어요. 이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강사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시간강사들입니다.” 

  변기용 교수가 제시한 「고등교육법」의 청사진은 다음과 같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이분법적 구분보다 기존 정규 교수, 새로운 유형의 교육·산학협력 전담 전임교원, 시간강사 등으로 교원 유형을 분류해 법령에 명시해야 해요. 이때 비정년 교수의 부족한 보수 수준을 보완하기 위한 재원은 국고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복리·후생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방법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단 하나의 해결책으로 구석구석 자리한 대학교육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그러나 대학과 정부 등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조금 더 나은 대학, 조금 더 나은 사회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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