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비수도권에서 발생한 재난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산 ‘물난리’ 외면하는 언론, 서울 집중 보도를 멈춰주세요>라는 글이 게재됐습니다. 청원인은 부산의 많은 지역이 침수되고 피해가 발생했지만 언론은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며 수도권에 집중된 언론 보도를 멈춰달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27일, 부산에 폭우가 쏟아졌지만 재난 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를 제재해달라는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청원 글에 공감하며 동의를 표현하기도 했죠.

  기자 또한 언론이 비수도권 재난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8월 23일과 24일 태풍 ‘오마이스’가 제주도와 남해안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기자는 당시 태풍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 머물렀습니다. 23일 오후 11시경 기자가 거주한 지역에 번개가 쉴 틈 없이 내리쳤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관련 정보를 얻고자 텔레비전을 켜 뉴스 채널을 틀었죠. 그러나 태풍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 채널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인터넷으로 태풍 관련 정보를 검색해 찾아야 했습니다. 검색 결과 기자가 머물렀던 지역은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이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즉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비수도권에서 발생한 재난을 뉴스로 전달할 때 수도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문제도 있습니다. 올해 9월 15일 한겨레는 <태풍 ‘찬투’ 예상경로 다소 남쪽으로 이동...서울엔 비 안 와>를 보도했습니다. 수도권의 시선에서 태풍을 바라보고 제목을 설정했죠. 태풍 찬투에 관한 YTN의 한 보도는 내륙은 태풍 중심에서 조금 더 멀어져 수도권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이후 제주도와 남해안 등에 발생할 피해를 언급했습니다. 마치 수도권은 태풍 영향을 받지 않아 다행인 것처럼 말입니다.

  비수도권의 재난을 보도할 때 허술한 점도 있습니다. 이는 2019년 4월 4일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드러났습니다.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산불 발생 당시 기자가 강릉시에서 뉴스를 보도하면서 고성군 화재 현장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논란이 일자 KBS는 ‘당시 경황이 없어 급하게 고성군 산불 소식을 전하려다 보니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입니다.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만약 수도권에 비수도권에서 발생한 재난이 동일하게 일어난다면 언론은 서로 앞다퉈 현장에 나가 보도하리라 생각합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도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비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사고 소식 등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도해주길 바랍니다.

송다정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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