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가 정지한 지도 1년이 한참 넘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영업시간 제한부터 사적 모임 인원 제한까지 여러 규제가 만들어졌다. 뉴스나 기사를 보면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됐음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고통을 호소할 때 필자는 개강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꼈고, 이전처럼 지인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없는 불편함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제는 무뎌진 것일까?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경제가 위축돼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내몰렸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심각성을 인지했다. 예상보다 코로나19는 오래 이어졌고 이제는 경제가 위축됐다는 보도를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잊어갔다. 그러나 필자가 직면한 대학가 상인들의 위기는 처참했다. 비대면 개강으로 인한 상인의 호소를 들었을 때 비로소 이들이 말하는 대학가가 입은 경제적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개강 날이었지만 일부 가게에는 각각 이유로 임대하거나 휴업한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대학 상권 장사는 한 철 장사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학기 중에 한참 영업을 하다가 학생 발걸음이 끊기는 방학 때는 비교적 한산하다. 그러나 해가 기울어 이제 곧 저녁을 맞이할 때쯤 흑석동 한 복사 가게에 방문했지만 여태 손님이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이 개강 날이냐며 필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손님이 없어 개강 날인지 몰랐던 탓이다.

  이는 흑석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오후 9시 30분경에 후문으로 향했다. 취재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게 영업 제한 시간은 오후 9시까지였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영업을 할 시간이었지만 하나둘씩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후 9시 30분 중앙대 후문 상권은 어둡고 조용했다. 유일하게 불 켜진 곳은 후문 근처 편의점뿐이었다. 그러나 편의점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액 약 40%가 감소했다고 한다.

  상인들에게 그들의 가게는 삶이었다. 매출보다 지출이 큰 상황에서도 상인들은 끝까지 영업을 포기하지 못했다. 대면 수업 가능성에 기대 대학 상권이 이전처럼 생기를 회복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비대면 강의가 끝날 듯 끝나지 않자 이제는 자력을 잃은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필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소상공인의 위기에 일찍이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 기자로서의 감수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했다. 그동안 필자는 우물 안 개구리 기자였다. 사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는 사라져갔다.

  중앙대 상권 일대를 거닐며 목격한 상인들의 현실은 필자가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발 빠르게 행동하는 기자로 거듭나고자 한다. 행동하는 기자로서 사회 곳곳에서 위기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스스로 만든 우물에서 벗어나 다음의 도약을 준비하는 기자가 될 것을 다짐한다.

박소리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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