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약 1년 8개월이 돼 갑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수많은 변화와 어려움, 그리고 아픔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픔은 유독 자영업자들의 가슴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강화로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위기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세밀한 방역체계의 필요성을 외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장민창 기자 jmc17061@cauon.net

명동예술극장 앞에 위치한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명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서서히 끊기고 있는 탓이다. 사진 장민창 기자
명동예술극장 앞에 위치한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명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서서히 끊기고 있는 탓이다. 사진 장민창 기자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자영업자
세분화된 규제 요구 이어져

실질적인 지원책도 동반돼야
“위드 코로나, 불가피한 선택”

3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약 95.6%(1477명)가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평균 매출감소비율은 약 53.1%였고 조사대상 자영업자의 약 89.3%(1379명)가 현 방역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약 81.4%(1257명)는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변했는데 이들의 평균 부채증가액은 약 5132만원이었다. 해당 통계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심하게 세워주세요 
  국내에서 1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약 1년 8개월 동안 코로나19 확산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재광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이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자영업자들도 처음에는 단기간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거라 생각하고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어요. 그러나 지금 방역수칙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입니다. 사업장 크기와 업종과 관계없이 방역을 시행하는 현실이죠.” 그는 자영업자들을 향한 상세하고 현실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공동대표는 일괄적인 영업시간 제한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주류 판매 중심의 식당은 저녁 장사가 중요해요. 그런데 현재 영업시간이 일률적으로 오후 10시로 제한됐습니다. 해당 규제가 형평성에 맞는 건지 묻고 싶네요.” 이재광 의장도 영업시간 제한의 불균형에 동의하며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일일 영업시간 총량제’를 제시했다. “일일 영업시간 총량제는 업종 특성에 맞는 시간에 매장을 열어 영업시간 총량을 준수하는 겁니다. 매장별로 일일 영업시간 총량제를 시행한다면 고객 분산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이재광 의장은 사업장 규모를 고려한 방역수칙 개선도 언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기준을 살펴보면 상업 다중이용 시설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6m²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합니다. 인파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대형 유통업체 인원을 제대로 규제한다면 주거지역에 인접한 소규모 자영업자의 매장으로 사람들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죠.” 사회적 거리두기 2·3·4단계에서는 상업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 8m²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그들이 버틸 수 있도록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자영업자의 원활한 방역 협조를 위해 차별적인 손실보상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괄 지급되는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피해 규모에 따라서 차등 지급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했는지 측정해 손실을 보상한다면 평등하게 지원이 이뤄질 겁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19 영업손실 보상 대상과 관련 절차를 규정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으로 17일 의결됐고 10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손실보상의 대상 ▲신속지급 절차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며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보상금 지급이 이뤄질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철거 지원금 한도를 최대 200만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폐업에 사용되는 비용에 비해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식당은 철거비용만 500만원 이상이며 내부 인테리어가 많이 들어간 일부 업종은 수천만 원까지 비용을 소모한다. 김종민 사무국장은 국가가 자영업자의 폐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 폐업도 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출 만기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는 금융지원의 한 방안으로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PPP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PPP 제도는 자영업자가 보증부 대출금을 받고 이를 일자리 유지에 활용하면 상환금을 감면해주는 근로자 급여 보호 프로그램이다. “2년 가까이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PPP 제도와 같은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해요.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금융지원이 반드시 뒤따라가야 합니다.”

  이제는 안고 가야 할 때 
  자영업자들은 규제 세분화를 넘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코로나19와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창호 대표는 자영업자 생존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가 나오면서 전파력은 강해졌지만 실질적인 치명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증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병상과 의료 인력 확보에 주력해야 해요.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언제까지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대유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김종민 사무국장도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 수칙을 개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세분화된 방역 정책을 넘어 치명률 중심의 위드 코로나로 돌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손실 보상을 시행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시급합니다.”

  이재광 의장은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역 규제가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가능하면 업종별과 업태별, 특성 및 규모 등을 감안해서 세부적인 규제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위드 코로나 도입을 선택해도 지금 같은 방역체계가 아닌, 보다 세밀한 방역체계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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