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유언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비원은 한 입주민의 주차된 차량을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아파트 경비원, 청소 노동자, 배달 노동자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직업에 귀천을 두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며,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갑질과 같은 탄압을 부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관련 처벌법을 통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처벌을 위한 제도적 장치일 뿐이다. 

  결국 우리 먼저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를 향한 우리의 인식을 개선하고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행동이 바뀐다. 입주민이 단지 수발을 들어주는 하수인으로 경비원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자신의 차량을 만졌다는 이유로 폭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테다. 또한 해당 경비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것이 또 다른 노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노동자에게 반말과 폭언을 일삼거나 자리로 와달라고 소리치는 것이 그 예다. 별생각 없이 노동자를 불렀던 것이 그 노동자에게 상처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인식과 더불어 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6월 서울대 기숙사에서 한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사회 곳곳에서 이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정부는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휴게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휴게 시설 설치와 관리 기준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전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장의 휴게 시설 설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해왔다. 이와 달리 해당 시행령에는 원청업체에 휴게 시설 설치 책임을 명시하고 휴게 시설 설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처벌 조항이 구체적으로 추가됐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에 앞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없는 환경과 노동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추가한다고 해서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예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노동자를 향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단순한 개선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고쳐 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노동 문제의 구조적 악순환을 확실히 끊어내 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석을 다져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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