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서울캠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냥침반’을 만납니다. 이들은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편히 잠들 수 있게 따뜻한 손길을 보태고 있었는데요. 아리아리한 ‘냥침반’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글·사진 김서경 기자 kim_quartz@cauon.net

나를 ‘치즈냥이’, ‘누렁이’라고 부르던데 나는 그냥 멋진 고양이다옹. 지금은 밥 먹고 낮잠 자는 중이다옹.
나를 ‘치즈냥이’, ‘누렁이’라고 부르던데 나는 그냥 멋진 고양이다옹. 지금은 밥 먹고 낮잠 자는 중이다옹.
양진영 학생(좌측)과 기자(우측)가 물과 사료를 보충하고 있다. 하루는 양진영 학생과 동행해 급식 활동을 체험했고 다음 날에는 기자 혼자서 급식을 마쳤다.
양진영 학생(좌측)과 기자(우측)가 물과 사료를 보충하고 있다. 하루는 양진영 학생과 동행해 급식 활동을 체험했고 다음 날에는 기자 혼자서 급식을 마쳤다.

해방광장을 지나갈 때면 누워있는 ‘식빵’을 마주치곤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흔히 떠올리는 길고양이 모습과 달리 아주 편한 자세로 일광욕을 즐기거나 잠을 자고 있는데요. 이처럼 길고양이가 교내에서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쏟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바로 ‘냥침반’입니다. 냥침반은 서울캠에서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아리입니다. 2015년쯤 학생들이 캠퍼스 내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던 소모임에서 출발했죠. 

  기자가 일일 냥침반 동아리원이 돼 양진영 학생(경영학부 3)과 함께 급식 활동을 체험해봤습니다. 사료 급식은 당번을 정해 1~2일에 1번씩 진행합니다. 각자 준비해온 물과 사료 보관소에서 챙긴 사료 1~2봉지가 준비물이죠. 교내에는 급식소가 총 5개 있습니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각 5개 급식소에 사료를 공급하고 물을 갈아주면 됩니다. 눅눅해지거나 냄새가 나는 사료는 따로 모아 밀봉해서 버리고 물은 남아있더라도 매일 갈아줘야 하죠. 자, 이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출발해볼까요?

  기자, 냥집사가 되다!
  처음부터 아주 운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사료를 가지러 야외에 있는 보관소에 도착하니 고양이 몇 마리가 기자를 맞이하고 있었죠. 귀여운 고양이를 감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고양이들은 조금 경계를 하며 기자를 바라보거나 별로 관심 없는 듯 상자 속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자는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멀리서 지켜봤는데 어느새 5마리가 넘게 모였죠. 약 
30분 정도 그렇게 있었을까요. 이제는 급식을 시작해야겠다 싶어 조금씩 사료가 놓인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상자에 앉아있던 ‘고양이님’이 감사하게도 자리를 비켜준 덕에 사료를 챙길 수 있었죠.

  급식소에서 물을 갈고 사료를 채우는 동안 머리를 빼꼼히 내민 고양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밥을 많이 못 먹었는지 조금은 야윈 고양이가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죠. 사료를 고양이 근처에 두자 조금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진 것 같아 손에 사료를 담아 건넸는데, 바로 ‘냥펀치’를 날리더군요. 그러나 냥펀치마저도 귀여웠습니다. 양진영 학생은 고양이의 매력으로 도도함을 꼽았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고 잘 오지 않잖아요. 그 속에서 약간씩 보여주는 귀여움이 매력적이에요. 밀당을 잘하는 동물 같아요.(웃음)”

  체험 중에 급식소를 청소하거나 관리하는 동네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민 A씨는 직접 관리하는 급식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정성스레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고양이를 안 보면 걱정되고 궁금해 안 올 수가 없어요.” 그는 급식소가 더 청결히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함께 전했습니다. “날이 더워지고 급식소에 벌레가 꼬인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관심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동아리 활동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 기자가 물어보자 양진영 학생은 조심스레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2인 혹은 3인 1조 형태로 1달에 1번 정도 급식소 청소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들의 환경이 개선되고 동아리원이 배식하기에도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급식소에서는 교내 구성원과 주민 모두 경계 없이 고양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 쪽으로 가니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귀여움은 시선을 집중시켰죠.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며 웃다가 자연스레 서로를 향해 미소 짓게 됩니다. 간단한 대화도 오고 갑니다. 고양이를 통해 아주 잠깐이라도 교류의 장이 열리는 것이죠. 고양이라는 자석에 당겨진 사람들 사이엔 예상하지 못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우연한 마주침을 이끌어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있었습니다.

  양진영 학생은 냥침반 활동이 체험식 환경 뉴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환경 문제를 뉴스로 들으면 쉽게 잊히잖아요. 고양이가 병이 있거나 아프진 않은지 직접 보면서 동물 복지에 훨씬 관심을 갖게 되죠.” 기자는 체험을 하면서 교내에 고양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양이를 보기 위해 몸을 땅에 가까이 하다 보니 달팽이나 지렁이도 찾을 수 있었죠. 캠퍼스에 많은 생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발견하게 된 셈입니다. 더불어 그는 냥침반 활동을 시작으로 ‘공존’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시야가 점점 넓어지면서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과 환경문제에 눈길이 가요. 촛불이 한쪽에서 켜지면서 주변의 촛불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밝아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무리 큰 꿈도 실천은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소한 경험도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죠.

  마지막 급식소에 도착하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진영 학생은 냥침반 활동을 통해 얻은 행복으로 대답했습니다.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고양이들이 제 손에 올린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 있어요. 고양이한테 위로를 받으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답니다.”

  그는 자신이 동아리에서 경험한 값진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어냈습니다. “저에게 동아리란 인생 수업 같아요. 동아리마다 배울 수 있는 점이 다르거든요. 모든 동아리가 다양하고 깊은 인생철학을 깨닫게 해주죠. 수강 신청하듯 동아리에 지원해서 동아리에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배우는 거예요.”

  경계를 늦추지 않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 고양이를 보면서 ‘저 고양이에게는 이 사료가 얼마나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함을 느꼈고 잠시 내린 시선 끝엔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맺혔습니다. 캠퍼스 안 고양이, 또 냥침반이라는 동아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죠. 여러분도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어떨까요. 무엇을 보시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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