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중앙대 강단의 문을 두드린 이들을 만납니다. 강단에서 중앙대 학생들을 만나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국내 산업보안학 분야를 이끌어 온 이창무 교수(산업보안학과)를 만나봤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함께 두드려볼까요? 

이창무 교수는 범죄학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의 ‘마르퀴즈 후즈 후’와 인명연구소 및 영국의 국제인명센터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사진제공 이창무

“저도 대학에서 인생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죠. 고속도로를 타고 빨리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겠고요. 여러 경험을 하게 된 이유를 찾자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아무 시도도 하지 않기보다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전환의 결정을 쉽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야속하게도 삶은 처음 맞이하는 서툰 순간들로 채워진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못내 뒤돌아보지 않을까.’ 우리는 불안하게 헤맨다. 비단 이 시대 사회초년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년 시절 이창무 교수(산업보안학과)에게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청년 시절을 지나온 이창무 교수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띄운 편지를 함께 열어보자. 

  -어렸을 적 어떤 꿈을 꿨나. 

  “어렸을 때 정치가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정치에 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정치외교학과 진학으로 이어졌던 것 같고요. 군 복무를 마치고 중앙일보에 들어가서 정치부 기자를 하게 됐던 것도 이런 관련성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각별히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는지. 

  “기획취재팀장을 맡아 ‘구멍 뚫린 국가중요시설’이란 기획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공항, 댐 등 국가중요시설의 보안실태를 점검하는 내용이었죠. 당시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없고 김포공항만 있던 때였어요. 약 16km가 넘는 김포공항 외곽을 직접 걸어서 둘러보며 ‘구멍 뚫린 외곽 철조망’ 등 허술한 보안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때 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대학원에서 보안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죠.” 

  -기자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과거에는 근무환경이 모두 좋지 않았는데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달에 쉬는 날이 2일~3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들어오는 등 격무에 시달렸어요. 그래도 역사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자칫 묻힐 뻔한 중요한 사건을 보도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이 힘들고 고된 업무를 보상했던 것 같습니다.” 

  -기자로 지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사연이 궁금하다. 

  “보안 관련 취재를 하면서 보안 분야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련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에 해당 분야를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런 가운데 1997년 2월 일어났던 ‘이한영 피살사건’을 취재하다가 중단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해 서둘러 유학을 떠났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끝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취재예요.” 

  -뉴욕시립대에서 ‘형사사법학(criminal justice)’을 전공했다. 

  “사회부 경찰 기자와 경찰청 출입을 하면서 범죄 사건을 많이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범죄에 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형사사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부 전공은 ‘보안관리(security management)’죠. 형사사법학은 국내에서는 아직도 매우 낯선 학문 분야입니다. 흔히 법학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는 많은 대학에 전공 학과가 개설돼 있죠. 형사사법학은 범죄심리학, 경찰학, 교정학 그리고 범죄 원인 중심의 범죄학 모두를 아우르는 학분 분야입니다. 범죄의 발생 원인부터 수사, 기소, 재판, 처벌 등 형사 문제, 즉 범죄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포함하죠. 

  이 중 저는 구체적으로 보안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흔히 ‘보안’하면 해킹과 같은 사이버 범죄를 막는 부분만을 떠올리는데요. 보안은 범죄로부터 중요한 자산을 지키는 것, 다시 말해 범죄방지를 의미하죠.” 

  -미국 유학 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조금 잘난척하자면, 뉴욕시립대에서 동양인 최초로 형사사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웃음)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형사사법 분야가 거의 백인 중심이었어요. 캠퍼스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다 보니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매우 개방적인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뉴욕 같지 않은 이질적인 교실 환경에서 공부를 했죠. 대학원생 중에 뉴욕 경찰이나 FBI 수사관들도 꽤 있었는데, 권총을 찬 채 수업을 듣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범죄를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범죄는 인간과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요 원천이에요. 범죄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과 재산을 잃고 불행에 빠지죠. 살인과 강도와 같은 미시 범죄뿐만 아니라 전쟁과 학살, 정부 부패와 같은 거시 범죄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인류의 숙원이 아닐 수 없죠. 제가 『크라임 이펙트』란 책을 통해 강조했던 내용입니다. 

  최근 범죄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추세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물론이고 방송에서 범죄 관련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죠. 그중 대부분은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범죄의 실상을 왜곡해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가상의 범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죠. 범죄가 왜 발생하고 실상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피해를 입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창무 교수가 저술한 『크라임 이펙트』. 문명을 변화시킨 범죄 사건들을 재조명했다.

  -범죄학과 산업보안학의 차이점은. 

  “보안은 ‘불법행위로부터 자산을 지키고 손실을 방지하는 활동’을 의미해요. 보안이 범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죠. 산업보안 역시 각종 불법행위로부터 산업자산을 지키고 손실을 방지하는 분야입니다. 산업 기술이나 기업 자산 같은 산업자산을 지키는 것이 산업보안의 목표예요. 반면 범죄학은 범죄의 발생 원인을 파악합니다. 형사정책과 형사사법학은 범죄의 예방과 통제를 위한 정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범죄학이나 형사사법학은 기술개발이나 경영관리기법을 다루지 않지만, 산업보안학은 산업자산을 지키기 위한 기술개발과 경영관리기법도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경영학, 공학, 법학, 정책학, 심리학 등 융·복합학 관점에서 산업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 범죄학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어요. 경제가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범죄의 유형도 바뀌고 진화하죠. 산업보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랍니다.” 

  -어떻게 중앙대 강단과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산업보안 분야의 역사가 깊지 않습니다. 저는 산업보안 관련 학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관여했고 학회장도 역임했어요. 산업보안이 학문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 학과 개설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학회 등을 중심으로 학과 개설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죠. 산업보안학과 설립 준비를 위해 2014년 9월 중앙대에 오게 됐습니다.” 

  -중앙대 강단에서 인상 깊었던 기억은 무엇인가. 

  “수업을 하면서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 기분 좋은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학생들을 통해 깨닫게 될 때도 적지 않아요. 이런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기업 취업 등 무엇을 해도 사회에 크게 기여하리란 기대를 품고 있죠. 비록 강단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몇 년 전 기획처장을 맡아 총학생회와 공식적·비공식적 모임을 자주 가졌어요. 그때 만났던 학생들과 진솔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강의할 때 대학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를 강조해요. 단순히 지식 습득이 목적이라면 굳이 대학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위 취득도 과거와 같은 유용성을 갖질 못하죠. 대학은 인터넷이나 책, 일상 만남 등을 통해 터득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장소이고, 그런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찰력·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 등 다른 통로를 통해 얻을 수 없는, ‘본인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소여야 합니다. 

  또한 대학은 인생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곳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 덧붙이자면,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좋아하는 인생의 목표를 대학에서 정한다면 남은 인생 시행착오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는지. 

  “여러 일을 거쳤고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는 시행착오를 거치고 싶지 않아요. 그동안 게으름과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연구를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일이 남은 재임 기간 동안 해야 할 목표이고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중앙대 학생들은 유능합니다.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끈기를 갖는다면 어떤 일도 이뤄낼 거예요. 사족을 붙인다면 ‘나’ 아닌 ‘남’에 대한 생각도 했으면 합니다.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했으면 해요. 타인을 향한 공감과 배려가 결국 자신을 위한 일임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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