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망을 마련했지만 결국은 없는 셈이죠
  • 장민창 기자
  • 승인 202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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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완으로 남았다

산안법은 사회적 요구 수용 못 해 
처벌 과정에서 사각지대 없어야

현재 노동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맹점을 두고연일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위 법안들이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노동자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제도는 없는 것일까? 

  하청 금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산안법 개정안은 ‘김용균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안법 개정안이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범위에 걸쳐 하청을 금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산안법 개정안 제58조(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에 따르면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을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등의 화학 작업에 한해 하청을 금지한다. 

  이에 관해 김윤배 교수(사이버한국외대 산업안전학과)는 화학 작업에 투입된 물질의 위험성이 다른 물질보다 더욱 크기 때문에 화학 작업에 한해서만 하청을 전면 금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 물질을 다루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면 실명 또는 사망할 수 있습니다. 꽤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전면 금지를 한 것이죠.”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위험 작업의 기준을 잡을 수 없고, 하청을 한다고 해서 더 위험해진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을 했어요. 특히 위험작업의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화학물질 중심으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죠. 현재의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의 해결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완의 제도,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노동계에서 큰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해당 법은 2020년 9월 국민청원 10만명을 달성해 국회 상임위원회로 넘어갔다. 이후 여러 국회의원이 법안을 만들어 상임위에 발의했다. 

  처음 중대재해처벌법은 인과관계 추정조항, 발주처와 임대인의 책임을 묻는 등의 조항을 포함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과 형량을 가중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관련 조항은 삭제됐다. 

  A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처벌 대상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죄형 법정주의입니다. 그 핵심은 명확성의 원칙에 있죠.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요. 이는 결국 책임주의에 반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성이 굉장히 강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노동계에서 인과관계 추정조항과 발주처, 임대인의 책임을 묻는 조항을 삽입하자고 주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에 만연한 ‘꼬리자르기’식 처벌을 근절하자는 것이다. 손진우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연구원은 하도급 과정에서 노동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 대신 하청업체 사장이 처벌을 받는 소위 꼬리자르기 처벌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노동 현장은 꼬리자르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로 돼 있어요. 하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건설사의 발주처가 건설 수익을 가장 많이 얻습니다. 그런데 건설사는 하도급을 통해 수익은 얻지만 사고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어요. 경영 책임자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최명선 실장은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 사장의 책임 입증은 굉장히 어렵다며 인과관계 추정조항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겁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이 빠진다면 실제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사고 발생 원인 제공자를 추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영세 사업장은 사각지대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50인 미만 사업장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집행 유예기간 3년을 부여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영세 사업장을 향한 처벌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결국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법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최명선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적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서 그 사업장들이 법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정부가 해당 사업장에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법을 전면 적용하는 게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5인 미만 사업장의 대상 제외와 관련해 기존 사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는 일명 ‘쪼개기 수법’이 만연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김윤배 교수는 5인 쪼개기 수법의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50명 정도 되는 회사를 노동 현장에서 보면 사무직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한 사람이 온갖 업무를 도맡죠. 이로 인해 쪼개기 수법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최명선 실장도 쪼개기 수법의 위험성을 말했다. “돈 많은 일부 기업도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쪼개서 운영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법의 적용을 피해가는 것이죠.” 

  이렇게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아직 미완으로 남은 상태다. 위 제도 속에서도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보다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발생하는 죽음을 막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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