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은 늘어가고 희생은 쌓여만 간다
  • 소지현 기자
  • 승인 202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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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윤국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에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외주를 통해 사업 일부를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발생한 것이다. 정규직 노동조합(노조)에서 거부한 힘든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찾게 되면서 외주는 더욱 활발히 이뤄졌다.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모험 
산업 현장에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해지면서 원청업체는 비용 절감과 사업의 유연성 확보 등의 혜택을 누렸다. 이후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까지 성행하며 하청 
노동자들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원청업체가 하청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보다 훨씬 낮습니다. 채용과정에 사용되는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으니 인건비도 감축되죠.”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청업체의 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 과정에서 업체 간 경쟁이 일어나요. 그 과정에서 수주 원가가 낮아지고 하청업체에 남는 건 없게 되는 거죠.”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하청을 맡겼을 때 원청업체는 사용주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도급을 하면 유연하게 사업을 정리하고 하청업체와 계약을 끊을 수 있어요. 이외에도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주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이병훈 교수는 하청으로 인해 원청업체가 하청 노조를 탄압하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하청업체의 노조가 만들어지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의 외주 계약을 취소하거나 단기간에 끊어버립니다. 노조는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 때문에 더 버틸 수 없게 되는 거죠.” 

  이런 맥락 속에서 하청은 노동업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박종식 부위원은 하청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제조업에서는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 행위가 일어난다고 전했다. “도급과 달리 파견은 원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3항에서는 일부 업종만 근로자 파견이 가능하도록 제한하죠. 그래서 파견이 불가능한 제조업계에서는 도급의 형태로 계약한 뒤 업무 지시를 하는 불법 파견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업무의 권한을 온전히 하청업체에 넘겨야 하는 도급 계약을 한 뒤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원청업체가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죠 
하청업체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족한 관리 감독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기본적인 요구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정우 위원은 하도급 구조 속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안전 비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 나갑니다. 결국 최하위 단계에 위치한 하청업체는 안전 비용을 고려하기 힘든 상황이 되죠.” 

  현장의 안전 감독에 대해 이병훈 교수는 노동사고 수에 비해 산업안전감독관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이 사업장 안전관리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산재) 사고가 많아서 발생하는 사고 건수보다 감독관 수가 적은 상황이죠.” 김정우 위원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행정적 관리와 조치를 취하는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모든 사업장을 감독할 충분한 여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종식 부위원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세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안전장치를 요구하더라도 원청업체가 쉽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하면서 다른 업체를 고용하는 거죠. 새로 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전 업체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잃었는지 알기 때문에 원청업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어요.” 

  집계되지 않는 고통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방치돼있다. 특히 산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폐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형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자 색출이 까다롭다. 

  김정우 위원은 사망사고를 제외한 산재 사고가 많이 은폐된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에서 1건의 중대사고가 있다면 그 뒤에 29건의 경상이 있고 300건의 무상해 사고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어요. 이를 우리나라 산재 통계에 적용했을 때, 보고되는 전체 산재 수준이 사망 재해에 비해 낮습니다. 일부 사업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들이 죽는다기보다 사소한 산재들이 보고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죠.” 

  이에 관해 이윤형 온누리노무컨설팅 노무사는 하청업체에서 다음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산재 신고 대신 공상처리로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상처리는 근로자가 업무 중 상해를 입었을 경우 사측에서 합의를 통해 보상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 입찰 시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의 재해율을 심사 기준으로 두는 경우가 많죠. 하청업체는 다음 사업 수주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산재를 보고하기보다 공상처리를 주로 택합니다.” 

  박종식 부위원은 산재 발생 시 책임자 처벌 미비 문제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처벌 경감을 지목했다. “산재가 발생했을 때 주 책임자인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과실로 판단되기 때문에 처벌이 경감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피해 노동자나 유가족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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